"언니 저 주말에 황당한 일 겪었잖아요."
"응? 무슨 일 있었는데?"
주말에 있었던 썰을 회사 후배가 털어놓았다.
"아침 6시 좀 넘어서 언니들이랑 목욕탕을 가서 씻고 있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오더니 씻고 있는 우리 뒤에 가만히 서있는 거예요."
"왜?"
"그러니까요. 그 아주머니가 서있는데, 좀 있다 다른 아주머니가 한 명이 더 오더니 그때부터 '언니 우리 자리 뺏겼다'를 오는 사람마다 얘기하는 거예요. 그 자리 말고 다른 자리가 다 비어있는데도, 굳이 씻고 있는 우리 뒤에서 계속~ '우리 자리 뺏겼다'를 얘기하는데 한 서른 번은 그 얘길 한 것 같아요."
'풉.'
후배의 얘기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 목욕탕을 갔던 일이 불현듯 떠올랐다.
평소 집에서 씻고 목욕탕을 잘 가지 않던 나였는데 그날은 애기 아빠랑 아이들이 목욕탕을 가고 싶다고 해서 나는 두 살배기 막내를 데려가고 신랑은 네 살 첫째를 데리고 각자 집에서 가까운 목욕탕을 들렀었다.
나는 아이와 탈의를 하고 목욕탕 빈자리에 앉아 아이와 씻고 있는데, 내 옆자리로 어느 한 아주머니가 오더니 대뜸 화를 내는 것이었다.
"아니, 여기 자리 있는데, 왜 여길 앉아요!" 하며.
흔한 목욕바구니나, 수건 하나 걸쳐 놓은 게 없는 자리가 대체 누구 자리란 건지, 자리에 이름표라도 달려 있는지, 나는 자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무것도 없어서 앉았죠. 여기 지정석이 있어요?"
"아니. 매일 여기서 씻는 사람이 있는데 왜 거기에 앉냐고~"
완전 어이가 없었다. 내가 여기서 매일 씻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리고 내가 그걸 왜 알아야 한단 말인가? 돈 안내고 목욕탕에 들어온 것도 아니고, 제값을 당당히 치르고 빈자리에 앉아 목욕을 하고 있는 나에게 이 아주머니의 말과 행동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어이없는 반응에 나도 오기가 생겨 어이없이 뻔뻔해 지기로 했다.
"아무도 없으니까 당연히 앉죠. 그럼 계속 여기 앉아 계시던가!"
하며 아무 일 없다는 듯 열심히 때를 밀었다,.
나의 당당한 반응에 원래 그 자리 주인이셨을 분이 오시더니.
"내가 딴 데 가지 뭐. 그만해." 하며 다른 곳으로 옮겼다.
내 옆자리에 앉았던 그 아주머니는 내가 다 씻고 옷을 갈아입고 문밖을 나갈 때까지 나를 계속 노려보며 눈으로 열심히 욕을 해댔다.
나는 그 이후로 자주 가지 않던 대중목욕탕 출입을 완전히 끊었다.
각 나라마다 문화가 있고,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선 그들만의 룰이 생기는 건 당연하지만, 우리나라 대중목욕탕의 여탕 문화는 참 적응하기 힘들다. 차라리 돈을 더 받고 vip 지정석을 만들어 관리하던가.
이건 뭐... 개인 안방 욕실도 아니고...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