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를 마치고 생각보다 낮은 성적을 받은 1호가 평소 까불까불 하던 성격은 온데간데없고 절여 놓은 배추처럼 풀이 푹.. 죽었다.
"엄마 학원 가기 싫어..."
입을 쭉 내밀고 고심하던 나는, 1호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회심에 한마디를 건넸다.
"엄마가 차슈 해놓을게. 잘 다녀 오세용~"
"알았엉..."
우리 집 두 아들 녀석들은 차슈를 유독 좋아한다. 기분이 좋지 않거나, 평소보다 기운을 좀 북돋아 줘야겠다 싶을 때 나는 늘 이 메뉴 카드를 꺼내 든다. 그러면 열에 아홉은 결과가 좋다.
1호를 학원에 보내 놓고, 냉동실에서 수육용 앞다리살과 목살을 꺼내 해동한다.
아이들이 고기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인터넷으로 수육용 앞다리살과 목살을 구입해서 소분해 냉동실에 늘 비치해 둔다. 미리 준비해 놓은 고기는 갑작스러운 메뉴의 부재가 발생할 때 아주 유용하다.
해동된 앞다리살과 목살은 기름 없이 프라이팬에 살짝 굽는다. 나는 그 사이 양파를 까고, 파를 다듬어 큼직큼직하게 썰어둔다. 앞뒤로 노릇노릇 구워진 고기를 준비해 두고, 넉넉한 냄비에 미리 썰어 둔 양파와 파를 바닥에 깐다.
그 위에 구워진 고기를 올리고, 간 마늘 큼직하게 한 스푼, 월계수 잎 4~5개, 미림 2스푼을 넣는다.
그런 다음 물 550ml 넣고, 간장 2스푼, 굴소스 2스푼, 물엿 3스푼을 넣고 마지막으로 40분간 끓여낸다.
불 조절은 8 정도로 하면 적당한 것 같다.
40분 후 양파의 단맛에 부드럽고 짭조름하게 조려진 고기가 더해져 맛이 그만인 상태가 된다.
"엄마 배고파~"
학원 마칠 때 즈음 1호 전화가 왔다.
"얼른 오세용. 엄마가 저녁 준비해 놓았다~"
"알았어~"
9시를 넘긴 1호의 늦은 저녁을 위해 나는 갓 지은 밥에 양념이 잘 베인 고기를 얇게 썰어 펼치고, 조려진 양파와 양념을 얹어 한 그릇 음식을 만들어 낸다.
우리 집 1호는 차슈를 스푼으로 쓱쓱 비벼 한 스푼 크게 떠 그득하게 한입을 채운다. 그러자 침울함으로 굳어져 있던 얼굴에 이내 미소가 번진다.
"엄마, 맛있어"
"그래, 많~이 먹어~ 고생이 많다. 우리 1호."
음식은
배뿐만 아니라, 사람의 영혼도 달래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나를 위해 누군가가 정성껏 만들어낸 맛있는 음식은 음식 속에 가득 스며든 사랑으로 가슴속 공허한 마음까지도 부른 배처럼 가득 채워주는 것 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