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외할머니

by 발돋움

7월 말 뜨거운 태양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

학교에서 방학식을 알리는 마지막 종소리가 울리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외갓집에 갈짐을 싸곤 했지요. 그리곤 언니, 동생과 함께 사방 창문을 열어젖힌 덜컹거리는 시내버스에 몸을 싣고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춤을 추면 제 마음도 덩달아 들썩이며 도착했던 외갓집. 동구 밖 아름드리나무 끝에서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만 하염없이 바라보다 옷가방을 메고 폴짝 버스에서 뛰어내리는 저희를 보고서야 굽은 허리를 펴 손을 흔들며 함박웃음으로 반겨 주셨던 외할머니.

외갓집 옆을 흐르는 개울가엔 모난 돌들을 몇 날 며칠 하늘을 이고 골라내셨을 안전한 물놀이장이 준비되어 있었고, 그곳에 띄워져 있던 수박 한 덩이까지 더운 여름이 되면 그때 그 행복했던 여름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벌써 20년 전인가요? 할머니가 돌아가신 게.

땀을 뻘뻘 흘려도, 온몸이 모기에 물려 긁적여도, 툇마루 끝에서 할머니 무릎을 베고 누우면 살랑살랑 할머니 부채바람에 잠이 드는 줄도 모르게 낮잠에 빠져들곤 했던 어린 시절이 어제일 인 것 마냥 생생한데, 벌써 제가 결혼을 해 첫째 아이가 중학교 2학년이랍니다.

요즘은 방학을 해도 학원 때문에 멀리 가기도 힘들고, 가만히 앉아 작은 휴대폰 속 세상만 궁금해하며 여름 내 에어컨 틀어놓은 실내에서만 지내는 아이들이 불쌍해서인지 자꾸만 그때 그 외할머니와의 여름이 생각이 나네요.

그때는 여름이 신나기만 했는데, 요즘은 시원한 에어컨이 있어도, 맛있는 빙수가 천지라도 할머니가 부엌칼로 서걱서걱 썰어 내어 주시던 그 수박의 맛과 시원함이 느껴지지 않는 건 할머니가 계시지 않아서겠지요?

천식으로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앉아서야 겨우 잠을 청하셨던 할머니를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맛있는 것 하나 변변히 사드린 것도 없었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 얼마나 죄송했는지 모릅니다.

봄이 오는가 싶더니 벌써 여름이 이네요. 지금은 할머니도 안 계시고, 할머니와 즐겁게 보냈던 여름도, 외갓집 옆 개울도 다 말라버렸지만, 할머니와 함께 나눈 추억은 언제나 제 가슴속에서 행복한 추억의 한 조각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그리고 너무 감사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