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 결혼에 실패하셨잖아요. 그러고 나서..."
"이혼은 결혼 실패가 아니야."
옆사람과 대화 중 A가 뱉어낸 이혼에 대한 개인적 정의에 대해 B가 브레이크를 걸었다. B는 A와 시선을 맞추지 않고 뒤돌아 앉아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건조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이혼은 둘이 살다가 다시 원래 대로 하나로 돌아간 거야. 그건 실패가 아니야."
A가 이혼한 B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은근히 뭉개가 위해 그런 표현을 썼다고 나는 보지 않았다. 당연히 B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A가 평소 그 정도로 주도면밀한 인간형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B는 이혼은 곧 실패라 정의 내리는 누군가의 입을 막고 싶어 했다. 그런 생각에 변화를 주고 싶어 했다.
이혼 이후 누군가가 자신을 실패한 사람으로 뒤통수에 'FAIL 스탬프'를 덕지덕지 찍어 대는 상상을 늘 하고 사는 걸까? 아니면 스스로 실패자라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 확인사살을 시도하는 그에 대한 자기 보호적 저격이었을까? 그 모든 것을 제외하고도 누군가가 자신의 상황을 아무 거리낌 없이 실패라 간주한다면 울화가 치밀 것 같다.
유지하던 것을 멈출 때 실패라 간주한다면. 이 세상은 실패투성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다 신호에 걸려 정차했다. 실패!
자동수전에 비누를 묻힌 손을 가져다 뎄는데 물이 끊겨 버렸다. 실패!
A/S 접수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량이 많아 상담이 어려울 수 있으니 다시 걸라며 끊어 버렸다. 실패!
걸어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실패!
실패! 실패! 실패!
매 순간마다 누군가가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실패를 외친다면 나는 당장 그 사람의 멱살을 잡고 실패라 떠들어대는 입을 사정없이 내리 칠 것 같다. [네가 뭔데! 함부로 지껄여!]라는 말과 함께.
앞서 말한 모든 상황을 우리는 실패라 단정 짓지 않는다. 그 어이없는 결정을 누군가의 이혼에 연결시킬 권리 또한 아무도 없다.
두 사람의 마음이 한결같길 원하는 건. 강이 바다가 되고 산으로 변하는 것만큼이나 어렵지 않을까? 나 자신을 좀먹어가며 서로에게 성장점이 없는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인생의 연속선으로 봤을 때 더 실패로운 행동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