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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돋움 Feb 19. 2024

ISTJ가 세부여행을 가면 생기는 일.

솔레아리조트, 스킨스쿠버, 호핑투어.

ISTJ는 조용한 관리자로 신중하고, 체계적이며, 사실에 기반한 결정을 잘 내린다.

다시 말하면, 내성적이어서 혼자 있거나 조용히 사색을 하면서 에너지를 얻고, 감성적이기보다 실제로 경험하거나 사실에 기반한 정보들을 주로 신뢰하며, 논리적으로 이해되고, 객관적이며 공정한 것을 선호하며, 애매모호한 것은 딱 질색으로 명확하고 확신 있는 판단이 아닐 때는 불편감을 느낀다.


그런 내가 세부에 여행을 가게 되었다. 누구나 아는 레저 관광지를.

순전히 아이들을 위해서.

극 ISTJ 부모 밑에서 해외가족여행을 한 번도 가지 못한  ENFP 아들과 ESTJ 아들을 위해서.


여행을 결심한 나의 스트레스는 3개월 전부터 시작된다.

레저 선택관광을 어마무시하게 푸시한다는 가이드와의 신경전, 팁은 어떻게 얼마나 지급해야 할지. 현지에서 아이들이 갑자기 아플 것을 대비해 준비해야 할 약품들, 환전은 또 얼마나 해야 할지, 투어 하며 미리 사둬야 할 수영복, 워터슈즈, 스노클링...

모든 게 걱정인 체로 해외여행 당일이 되었다.


저녁 9시 20분 비행기를 타고 새벽 1시에 도착해 다음날 리조트에서 조식을 먹고, 스킨스쿠버를 하고, 리조트로 돌아와 리조트 내 라쿤파크에서 오후를 보내고

둘째 날은 호핑투어를 하고 현지식을 먹고 마사지 후 리조트로 돌아왔으며.

셋째 날은 막탄 쉬라인 라푸라푸 리념비와, 산토니뇨 성당을 들른 후 선물가게 3곳을 들른 후 6시에 공항에 도착해서 체류하다 다음날 새벽 1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했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나처럼 여행을 앞두고 걱정하고 있을 모든 ISTJ를 위해 겪어왔던 경험을 좀 공유하면서 그들이 겪을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이다. 경험했던 일들을 내 관점에서 좀 풀어볼까 한다.


음... 세부는 대한민국 세부시 같은 느낌이다. 한집걸러 한집이 한글로 가게 간판이 세워져 있고, 바닷가 주의 표지판도 제일 큰 글씨가 한글이고 영어는 밑에 조그만하게 적혀 있다. 마트 들렀다가 조용히 리조트 입구를 지날때도 경비 아저씨가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먼저 건냈다. 세부에서 먹은 음식도 패키지 여서 그렀겠지만, 삼겹살, 김치찌게, 샤브샤브 였고, 현지식도 쌀국수 볶음, 간장 닭볶음탕, 밥, 계란탕 같은 음식이라 음식으로 고생한 경험은 전무하다. 다이빙샵도 들렀던 선택관광지 사장님도 다 한국분들이었다. 다음에 만약에 다시 올일이 생긴다면. 자유여행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국 -여권 필수

-필리핀 입국 신고서- 미리 작성하고 QR 코드를 스캔해 놓아야 한다. 들어갈 때 보여달라고 한다.

-세관신고서- 물건 살게 없어도 일단 신고서를 작성한다. 작성법도 사진으로 찍어 오던가 아님 프린트해서 오면 확인하면서 작성하면 된다.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작성하므로 볼펜을 미리 준비하면 좋다.

-티켓팅- 티켓팅하면서 15KG 이하 수화물을 붙인다. 티켓팅을 시작하면 시작부터 줄 서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화물은 늦게 부칠수록 빨리 나온다. 면세점에서 구입할 물건이 많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출발한 대구 면세점은 살 물건이 그다지~ 없으니 의자에 좀 앉아 있다가 사람이 줄어든다 싶으면 줄을 서도 무방하다.  

기타-비행기 안은 춥다. 들어갈때 청바지와 폴라폴리스 집업을 입고 갔는데 도착할때 까지 계속 입고 있어도 전혀 덥지 않다. 현지 도착하면 안에 집업만 벗고 안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으면 된다.


* 솔레아 리조트

-객실- 솔레아 리조트는 호불호가 어마어마하게 갈리는 곳이다. 완전 별로다와 정말 좋다가 극명한 곳.

나의 기준으로 이점을 풀어 보겠다. 객실은 무조건 2인 1실이다. 우리는 4인가족이라 방을 붙여서 2방을 배정받았다. 일단 베드와 방상태는 나쁘지 않다. 깔끔한 정도. 그런데. 욕실이 좀 문제스럽다. 내가 머물렀던 방은 변기 앉는 곳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서 움직였고, 샤워기 손잡이와 온도 조절 부분엔 한... 10년은 된 듯한 물때가 끼어 있었으며, 세면대 대리석은 녹슨 얼룩이 군데군데... 그리고 일단 수돗물이 소금기 뺀 바닷물처럼 찝지름하다. 그래서 여행 가면 필수로 챙겨야 할 샤워기 필터를 얼른 장착했다. 그래도 물이 완전 우리나라처럼 쾌적한 상태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석회질이 걸러지는데 도움이 되는 듯하다. 다른 방도 샤워기에 필터가 끼워져 있는 곳이 있는데, 그건 거의 다 한국 사람들이 여행 와서 끼워놓고 간 거란다. 그러니 끼워져 있다면 감사히 쓰고 없으면 준비해 간 필터를 끼우시는 게 맞는 것 같다. 참고로 나도 3일 동안 썼던 필터를 그냥 끼워 놓고 왔다.

방에 슬리퍼가 없다. 세부는 물놀이가 주를 이루는 관광이라 수영복을 입고 객실로 들어오고, 샤워할 일도 많은데 외부 신발과 내부 신발의 구분이 없으니 객실은 떨어진 물이 많을 수 밖에 없고 그러면 수건을 바닥에 깔고 닦아야 하는데 첫날은 큰 수건2개와 작은수건 2개가 객실에 비치되어 있었는데, 둘째날은 수건이 큰수건 1개 작은 수건은 바닥에 1개 깔아 놓은 상태로 끝이었다. 그래서 프런트에 수건을 달라고 전화했다.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서 내가 있는 별관 프론트로 가서 수건을 달라고 했다. 방에서 기다리라길래 기다렸는데 3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아서 방앞을 지나가는 직원을 붙잡고 수건을 달라고 했다. 이렇게 3시간이 지나서야 수건을 들고 직원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30분 지나서 또 직원이 수건을 들고 왔다. 뭐. 이런 시스템이다.

-레스토랑- 리조트 본동 1층에 있는 레스토랑의 음식은 맛있다. 종류도 다양하고, 동남아 특유의 향신료도 잘 모르겠다. 조식에는 음식과 커피, 음료가 나오지만, 석식은 커피와 음료가 없다. 술이나 음료를 사 먹으란 얘기 같았다. 암튼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참고로 조식을 먹고 싶다면 무조건 6시 30분 전에 가야 웨이팅이 없다. 7시 이후부터는 끝없는 웨이팅을 경험하게 된다.

-물놀이 시설-라쿤파크는 공기를 넣은 조영물에서 아이들이 노는 공간인데, 리조트를 이용하면 하루 이용권이 있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잘 놀았고, 라쿤 파크가 아니더라도 주위에 물놀이할 수 있는 공간이 레스토랑 옆으로 하나 앞으로도 여러 개 해서 물놀이는 원 없이 할 수 있다. 리조트 앞쪽으로 조금 걸어 나가면 리조트에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작은 백사장이 있는데 거기서 카약 같은 작은 배도 탈 수 있고, 물놀이도 할 수 있고, 해먹도 탈 수 있다. 참고로 리조트 내 모든 물놀이 장의 물은 바닷물이다. 수영장에서 놀이 할때 1회는 수건을 대여해준다. 라쿤파크는 구명조끼가 필수다.

-참고로 리조트 앞은 뻘이다. 우리나라 서해같은 느낌. 바닷가를 거닐며 낭만을 즐기기는 좀 무리가 있지만 해뜨고 질때는 참 아름답다.

선택관광

-스킨스쿠버- 한 명당 120달러. 무료로 강습을 시켜주고 배를 타고 나가 한 30분? 물속에서 체험을 하고 온다. 나는 못했지만 아이는 아주 만족스러워했다.

-호핑투어-모아나 배를 타고 호핑투어 스폿까지 나가서 스노클링 장비를 하고 배에 시체처럼 둥둥 떠다니면서 식빵가루를 떨어뜨리면 열대어가 몰려들어 그걸 보는 관광인데. 멀미가 심하게 난다. 멀미약을 먹고 갔는데도 멀미가 나서 가이드에게 멀미약 하나를 더 얻어먹고 겨우 살아났다. 배가 정박해 있을 때 석유 냄새 같은 기름냄새와 함께 물 위에 둥둥 떠있을 때 몸이 많이 흔들려서 그런 것 같다. 배멀미하는 사람은 반드시 멀미약을 챙겨야 한다. 호핑은 여행 상품 예약할 때 선예약을 받는다. 1인당 50달러. 하고 싶다면 미리 예약해 두는 게 훨씬 저렴하다. 수건은 호핑 할 때 가이드가 주지만 날씨가 서늘하면 추우니 더 챙겨가도 좋겠다. 팁은 1인당 2달러 정도 요구한다. 스노클링 장비는 입안에 넣어서 쓰는 거라 나는 미리 준비해서 갔다. 일체형은 코로 숨을 편안하게 셔도 되니 그 점이 마음이 들었다.

-오슬롭, 파라세일링, 바나나보트, 제트스키 등등.  선택이 많은데, 나는 다 안 했다. 오슬롭 투어는 순한 고래를 가까운 거리에서 먹이는 주는 체험인데 새벽 1시에 출발해서 투어 장소까지 가야 한다. 아이들은 무리고 정말 오슬롭을 보고 싶다면 어른들만 그 관광을 위주로 오면 될 것 같다.

-기타.. 가이드에 따라 선택관광을 선택하지 않으면 분위기를 싸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는데, 안 한다고 딱 잘라 말했더니 내 담당 가이드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

지인들 선물

아이들이나 지인들 선물로 간단한 과자 만한 게 없다. 스펀지과자나 바나나칩은 솔레일 리조트 앞 K 마트(한국인사장)에서 사면 제일 싸다. 참고로 공항마켓은 어마무시하게 비싸다 비추. 비추.

이외 마지막 날 선물가게 3곳이나... 다녔는데, 진주, 노니, 비타민C, 알부민, 라텍스 같은 것을 마구마구 설명했는데, 노니는 사춘기 아들 피부에 맞춰서 폼클렌징 하나, 사향 족제비 커피하나, 코코넛 칩하나, 일랑일랑 코코넛 오일 하나. 요렇게 가는 곳마다 그래도 한 개씩은 구입했다.


달러 환전

가이드 경비 -200달러(1인기준 50달러)

객실 청소 - 하루에 2달러 3일 (6달러)-물론... 팁을 주지 않아도 가방을 뒤지거나 그렇지는 않겠지만, 가이드도 혹시 모르니 돈은 꼭 소지하고 다니라고 이야기했고, 객실 내에 금고도 고장 나 있었던 터라 만약을 대비해 객실 청소할 때마다 팁을 꼭 주었음.

호핑투어 -1인당 2달러( 8달러)

사진 촬영- 마지막날 ( 50달러)-마음에 드는 것만 사달라고는 했지만, 우리 사진이 어디에 떠돌아다닐지도 모르고 해서. 그냥 다 삼.

시장- 망고 1KG 2달러-시장에서 구입하는데 잔돈이 없어 10달러짜리를 줬더니 잔돈을 달러랑 패소를 섞어 마음대로 거슬러줌. 시장에서는 반드시 1달러짜리 화폐를 사용하는 게 좋음.

K마트-(한국 사장이 운영하는 곳이라 함.) 아이스크림-참고로 메시가 그려져 있는 하겐다즈 비슷한 아이스크림 맛있음... 리조트 있는 동안 2번 사 먹음. 맥주, 과자 정도 간단히 사 먹었는데, 달러로 계산해도 정확하게 계산해서 잔돈까지 폐소로 내어줌. 역시 어딜 가나 한국 사람은 믿을 만함.

마사지 팁- 1인당 2달러.


출국- 여권필수

-E-TRAVEL- 입국 전에 E-TRAVEL을 여행사에서 보내준다. 꼭 프린트해서 가져가야 한다. 이것은 세부에서 돌아올 때 공항에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세부공항은 외부인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서 이것이 없으면 공항에 드려 보내 주지를 않는다.

-세관신고서-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작성한다. 한국말로 되어 있으니 여권번호랑 날짜 봐가며 찬찬히 적으면 된다. 볼펜 하나 정도 미리 준비하는게 좋다. 비행기에서 주기도 한다.

-티켓팅- 세부는 거의 밤비행기로 오가는데, 내가 이용했던 제주항공 부스가 무려 12개나 이어져 있다.

그런데 애매한 건. 1시 20분 인천행 비행기와 1시 40분 대구행 비행기의 라인 구분을 해놓지 않고 있다는 것. 통상 보딩 2시간 전에 티켓팅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4시간 전부터 받기도 하고 애매해서 티켓팅 입구에 서있는 항공사 직원에게 대구행 티켓팅을 시작하면 알려달라고 부탁했더니 친절하게 바로 안내를 해서 보딩 4시간 전 9시에 티켓팅을 하고 보딩까지 나머지 시간을 면세점을 통과한 후 안쪽에서 기다렸다. 음식점은 버거킹, 커피빈이 있었는데. 버거킹은 맛이 없다고 악명이 높아 망설였는데, 아이 둘은 세트로 맛있게 잘 먹고 왔고, 커피빈도 커피와 케이크, 빵 종류로 간단히 배고프지 않게 요기할 수 있었다. 컵라면은 티켓팅 전 RITAZZA와 CLINIC 사이 식수대에서 99도까지 온 식수가 공급되니까 그곳에서 간단히 요기해도 좋을 듯하다. 보딩까지 긴 시간은 커피빈 옆으로 바깥을 보며 비스듬히 누울 수 있는 의자가 준비되어 있으니 참고바람.

참고로 공항 안에 있는 가게는 패소와 카드만 계산이 가능했다.


그래서 여행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세부의 에메랄드 빛 바다. 손가락 사이를 유영하는 색색의 열대어, 시원한 그늘에서 눈을 감고 느끼는 한줄기 상쾌한 바람. 모두 여행을 하며 마음속에 남는 여운 깊은 잔상들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 아이였다. 호핑투어를 위해 바다 위에 펼쳐놓은 구명조끼에 매달린 3명의 어른을 이끌고 끙끙 소리를 내며 바다로 바다로 안간힘을 쓰던 10살 남짓한 남자아이.

호핑스폿까지 와서는 바닷속을 물고기처럼 유영하며 여러 가지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을 바닷속에 선보이며 파란색 불가사리까지 집어 올려주던 아이. 직업전선에 뛰어든게 오래된 듯 너무나 익숙하게 행동하는 그 아이가 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흘려봐지지가 않았다.

우리 아이는 10살 때 뭘 했더라... 몇십만 원짜리 레고를 선물로 사달라고 졸랐고, 손가락이 긁히면 피난다고 세상 떠나갈 듯 울기도 했었고, 직접 라면도 끓여 먹지 못했던 것 같은데...

호핑 투어를 마치고 배에서 육지로 걸쳐 놓은 나무판자를 건널 때 나를 향해 손을 뻗는 그 아이 손에 2달러 지폐를 쥐어주며 나는 그 아이에게 나지막한 한마디를 전했다.

thank you.

돈을 전해 받은 아이는 배에서 기뻐하며 펄쩍펄쩍 뛰더니, 이내 제일 나이 많아 보이는 어른에게 돈을 건넸다.


무서워하는 바다에서 내가 안심할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맙고,

씩씩하게 잘 크고 열심히 살아 줘서 고맙고,

매 순간 행복하게 생각해 줘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그냥 고마웠다.


그러면서 깨달았다.

여행은 나 혼자만 행복해지려고 다는 게 아니구나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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