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왔다. 그동안 믹스커피와 찐한 블랙커피에도 좀처럼 반응이 없으시던 그분이 오늘은 별다른 조치가 없이도 아랫배의 묵직한 기운으로 기쁜 방문을 알리셨다. 그럼 얼른 맞이하러 가야지 암. 나는 부리나케 화장실로 향했다. 일단 화장실에 아무도 없다. 길조다. 까다로운 그분을 뵙기 위해선 고도의 집중력과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적 위치, 그리고 만남 이후에 그분의 기운이 공기 중에 희석되어 다른 이이게 불쾌감을 주지 않을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데 지금이 안성맞춤이다. 나는 속히 그분을 만날 때마다 주로 사용했던 화장실 가장 구석자리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잘 차려진 양식을 마주할 때처럼 휴지를 돌돌 말아 냅킨처럼 무릎 위에 사뿐히 안착시키고 막 집중력을 발휘하려던 그때. 청소 여사님의 목소리가 화장실 입구에서 세면대를 지나 화장실 제일 구석자리에 앉은 나의 귓전을 때렸다.
아유. 물이 변기에서 자꾸 세~ 들어와서 좀 봐줘요.
아.. 아니 지금 화장실에 누가 계신 것 같은데요.
아유 괜찮아 괜찮아. 나랑 같이 있음 되는데 뭐~. 드루와 이리 드루와요~
아.... 니... 그래도 조금 있다 오겠습니다.
지금 좀 봐줘요~ 나 여기 후딱 보고 사무실 청소하러 가야 돼~
아니. 그래도. 지금은 좀.
설비 기사님과 청소 여사님의 작은 실랑이가 여자 화장실 앞에서 계속 이어졌고, 나는 점점 사색이 되어갔다.
아니! 뭐가 괜찮아! 화장실에 지금 사람이 있는데! 안 괜찮아요. 안 괜찮아. 전~~ 혀 안 괜찮아! 기사님 파이팅!
나는 미간을 찡그리고 눈알을 부라리며, 거센 항의의 엑스를 팔로 그려댔다. 화장실 칸 안에서 나의 소리 없는 항변은 여사님과 설비기사님의 실랑이가 멈출 때까지 계속 이어졌다. 대체 뭐가 괜찮다는 건지. 누구 기준으로 괜찮다는 건지. 우리 공장이 HACCP공장이라 화장실 갈 때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음 나갈 수도 일을 진행할 수도 없는 어중간한 상황에서 계속 화장실에 있어야 할 판이었다. 평소 화장실 갈 때마다 여사님 인기척은 있으나 문이 잠긴 칸이 없어 귀를 쫑긋하며 대체 어느 칸에 계신지 대충 위치를 파악한 후 화장실을 출입했던 여사님 기준에서야 괜찮겠지만 나는 전혀 괜찮지가 않은데! 다행히 설비 기사님은 지금은 아닌 것 같다며 여자 화장실 앞을 떠났고, 여사님도 못내 아쉬워하며 자리를 뜨게 되면서 이 일은 일단락되었다.
굳은 인상을 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이제는 다 되었다 편히 마음먹으려 하였으나.
그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그분은... 또 언제 오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