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 싫다구요.

by 발돋움

엄마는 내 상처를 하찮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냥, 어딘가에 가볍게 쓸려 빨간약에 후시딘 한번 바르면 잊히는 정도의 상처라고 치부하는 듯했다.


근무 중 전화가 울렸다.


"네 동생 고생 많이 했다. 네가 고생했다고 전화 한번 해라"


내가 5월 이후로 동생과 연락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건지 모르는 건지. 엄마의 무심하고 잔인한 요청에 나는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왜 대답을 안 하냐?"

"..... 응."


재차 확인하는 엄마에게 나는 마지못해 [응] 한마디를 토해냈다.


가족이라서 모든 게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엄마와, 가족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나의 생각 속 대립의 골은 남동생에게로 까지 이어졌다.


모르겠다. 어쩌면, 이해되지 않지만, 이제껏 키워주신 부모를 미워할 수 없으니,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남동생에게로 타깃을 돌린 것인지도.


전화기를 들어다 보며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전화하기가 싫다. 아직은 이야기하고 싶지가 않다.

참 똥고집이다. 나도...


지금이 동생과 화해를 할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겠다 싶다가도, 아직은 스스럼없이 편치 않은 내 마음을 억지로 접기 싫은 나는 줄곳 갈팡질팡이다.

아직도 밉다. 나를 아프게 한 모든 것들이.


요즘 내가 읽은 책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는 말한다.

1.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을 질 것.-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일도.

2. 당신이 옳다는 믿음을 버릴 것.- 세상에 반드시 옳은 일은 드물다.

3.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 것.- 실패 없이는 진정한 행복도 없다.

4. 거절할 것. - 내가 신경 써야 할 중요한 일 들 이외엔 모두에게 "꺼져"라고 말할 것.

5. 그리고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것.-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면, 세상에서 중요하다 생각했던 것들이 하찮아지고, 하찮던 것들이 중요해진다.


책을 덮고도 한참을 망설인다.

신경 끄기가 잘되었다면 이런 책을 읽을 필요도 없었겠지...

책의 내용은 이해하나 이제까지의 나에게서 한 발짝 걸음을 내 딛기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책을 쓴 이도 늘 글 쓴 내용을 염두하며 살아갈까? 마음속 회오리에 되레 책의 지은이에게 의구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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