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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돋움 Oct 24. 2022

워킹맘의 반성.

일주일 전부터 아이가 감기몸살 때문에 힘들어했다.

저번 주말엔 열도 났던 터라, 겁이 덜컥 나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열날 수 있는 모든 질환에 대한 검사를 했다.

독감 검사, 코로나 검사, 가슴 x-ray 사진 촬영까지...

검사 결과에 하나도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래도 아이는 열이 났고, 몸이 쳐졌다.

항생제를 처방받고, 집에서 나름 식단에도 신경 쓰며 1주일을 보내자 아이는 조금 좋아지는 듯 보였다.

기침도, 컨디션도. 그렇게 토요 날 다시 병원을 찾아 항생제를 제외한 약 처방을 받고 일요일 아침이 되었다.

일어나자마자 큰애가 또, 그런다.

"엄마, 나, 또 좀 쳐지는 것 같아."

그 말에 나는 설거지를 하다 말고 이 말을 내뱉어 버렸다.


"아우.. 스트레스받아..."


약 처방을 해서 1주일을 넘게 복용하고, 신경을 썼는데도, 항생제를 빼자마자 또 몸이 안 좋으니, 나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월요일 휴가를 또 어떻게 내서 애를 데려갈 것이며, 잠깐 나올 때도 눈치 보였는데, 휴가를 못 내면  또 어떻게 중간에 이야기를 하고 회사를 나와야 하는지... 벌써 나는 아이의 상태는 뒷전이고, 내가 회사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로 머리가 복잡했다.

"나도 아프고 싶어서 아픈 게 아닌데..."

나의 짜증 섞인 한탄에, 아이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내가 실수를 했구나...'


나는 아이의 조용한 속삭임을 듣고 나서야 정신이 차려졌다.

지금 중요한 건 아이 건강인데, 회사에서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걱정만 하고 있으니... 

내가 어미는 맞는지... 

"스트레스받는 게 엄마 회사 때메 그래. 너 때문이 아니고. 미안해~"


직장을 다니며 아이를 키우는 일은 참 쉽지가 않다. 여러 가지를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지금 이 상황에서 최선은 어떤 건지 늘 딜레마고, 늘 나는 고민스럽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바쁘게 살게 해 준 아들들이, 회사가 고맙다는 생각도 들때가 있다. 소중한 시간을 쪼개서 알차게 하루하루 살아갈 수 있게 해주고 있으니...


오늘 나의 말실수는 깊이 반성한다. 그 어느 순간에도 나와 가족보다 소중한 것은 없으니까.

그리고, 완벽하려는 나자신도 자꾸 되짚어 본다.

완벽함이란 원래 없는 것이니,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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