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시즌이 찾아들었다.
바이러스성 호흡기 감염은 겨울에만 걸린다는 통염이 코로나로 깨진지 오래지만, 우리집은 독감접종을 9월말이나 10월초에 접종해 2주뒤 항체를 가진체 매번 겨울을 맞이한다. 만 13세 이하 무료접종이 저번주 부터 시작되어 나는 토요일에 막내를 데리고 소아과를 가야 했다.
"일어나~ 병원가자~"
일하는 엄마를 둔 우리집 아이들의 토요일 아침은 그동안 미뤄뒀던 병원을 오전중에 다녀와야 하는 과제가 자주 주어진다. 그래서 토요일은 자주 늦잠을 포기해야 한다.
토요일 병원 방문의 스킬을 하나 알려주자면... 일찍 가야한다.(워킹맘 엄마들은 다 알겠지만)
늦잠을 자 10시쯤 나서는 날엔 웨이팅 시간이 1시간은 기본이고 2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겨우 진료마감전 병원을 다녀올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둘째 아이와 8시반에 집을 나섰다. 소아과를 들어서자 병원은 벌써 인산인애였다. 진료시간 전에 도착했음에도 10번째 진료순서를 배정받았다.
"엄마 콧물이 좀 나는데"
환절기라 둘째가 감기기운도 좀 있는 모양이었다.
"온김에 약도 받아가자"
접종을 하며 콧물약도 처방 받았다. 늘 그렇듯 '선생님 넉넉하게 좀 처방 부탁드려요'도 당부하며.
접종을 하고 나오는 길에 다이소를 잠깐 들렀다.
요리를 많이 할수밖에 없는? 나는 굴소스며, 치킨스톡, 마요네즈까지, 대용량을 구입하다보니 덜어쓸 소스통이 필요했고, 또 화분을 남쪽방향으로 옮겼더니, 고무나무가 어찌나 잘 자라던지, 원래 화분이 비좁아 보여 화분도 넉넉한 크기로 하나 구입할 생각이었다.
다이소는 지름신이 늘 강림하는 곳이다...
뭐 더 살것이 없나 자꾸 뒤돌아 봐 지는 미지의 공간...
나는 당초 구입해야 할 목록 이외에, 화분 흙, 발목스타킹, 기름종이, 머그컵... 등을 한 아름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와 점심으로 비빔국수를 후딱 해서 먹고, 소스통을 씻어 소스를 옮겨담아 놓고, 분갈이를 시작했다.
화분가장자리를 나무젓가락으로 살살 돌려 모양대로 흙이 떨어질 수 있게 만들어 놓고, 작은 화분에서 고무나무를 빼낸다. 그리고, 원래 흙을 고스란히 화분에 넣어, 고무나무가 익숙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게 하고, 새로 사온 흙도 가장자리 모자란 부분을 꼼꼼히 채워 넣는다. 그리곤 남쪽 베란다에 물을 듬뿍 줘서 하루 바람을 쇠어 준다.
베란다에 쪼그려 앉아 고무나무를 한참 바라본다.
"새로운 집이 좀 마음에 들어?"
고무나무는 대답대신 파릇파릇하고 윤기있는 나뭇잎이 베란다 문틈 사이로 흘러들어온 가을 바람에 가만히 흔들린다. 참 좋다. 생기 있고 푸른 그 모습이. 이 맛에 나는 또 화분을 키운다.
"엄마~ 나랑 놀자~"
다큰 아들 두녀석이 베란다까지 놀자며 찾아온다.
이맛에 아들 둘을 나는 참 기분좋게, 감사하게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