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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Oct 07. 2022

모든 일하는 임산부에게 #7주차


 시가에 임신사실을 알리고 소고기와 송이버섯을 먹으러 갔다. 많은 축하를 해주셨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다.

 원래 시가에 가면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그릇도 옮기고 집에 가기 전에 설거지도 하려고 했는데, 임신을 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앉아있으라고 하셔서 수저젓가락만 놓고 쇼파에 앉아있었다. 뭔가 그 상황이 민망해서 뭐라도 해야할 것 같은데, 괜히 방해만 될 것 같았다.

 고기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사실 세상의 모든 며느리들이 그렇듯이 시가는 불편하다. 나는 결혼초부터 시가와 문제가 있었다. 우리집과 너무 다른 가풍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우리 부모님한테도 전화를 자주 하지 않는데 시가에 전화를 하라는 말씀에 스트레스 받고, 제사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시어머니의 성격과 나의 성격이 맞지 않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결혼 초에 알고 있었던 부분들도 결혼하닌까 너무 싫고 마음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시가에 갈때마다 남편이랑 싸웠다. 어디 풀 곳이 없었다. 남편이랑 싸우면서 서로의 집안 문제로 스트레스 받아하면서 싸우고 울고 다퉜다. 

 1년 지난 지금, 임신을 하고 시가에 가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가면 또 스트레스 받아할 것이 뻔하고 아무리 편하게 해주신다고 해도 내 마음이 이미 그렇게 한번에 바뀌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또 싸우고 말았다. 남편말이

 '너, 엄마한테 대드는 것 같아.'

 어머님이 한 말에 내가 한마디 했는데 그 말이 남편의 눈에는 대드는 것처럼 보였나보다. 아니 사실 대드는 거 일지도 모른다. 나는 어머님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듣다가 도저히 '네네' 할 수 없어 한마디 했는데 그 말 한마디가 대드는 것처럼 보였다고 하니 인정은 하면서도 서운했다. 그러면서 괜히 술 한잔 먹은 남편도 믿고 운전을 하는 나도 싫고 임신을 한 것도 싫었다. 마음이 무척 좋지 않았다.

 싸우고 싶지 않았는데 또 싸웠구나, 서로를 기분 나쁘게 하기 싫었는데.. 좋은 마음으로 갔는데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생각들이 들면서 나 스스로를 향한 채찍질을 하면서 괴로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부부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임신 기간 중 시가에 최대한 가지 말자.'


 임신은 호르몬의 천국이다. 작은 말도 엄청 크게 들리고 먹었던 마음도 무너트린다. 10월달에는 2번의 월요일 휴무가 있었다. 저번주 금요일에 퇴근을 하면서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월요일에도 엄청 많이 쉴 수 있다니! 그런데 막상 임신을 하니 어디 가지도 못하고 병원을 가기 전까지 안심도 할 수 없었다. 남편과 여행약속도 잡을 수 없고 남편이 교대근무자라서 날짜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 좋았던 기분은 임신전과 같은 기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임신전에 황금연휴를 맞이하는 나의 마음과 확연하게 달랐다.

 남편이 출근하고 저녁에 혼자 있으면서 조금 폭식을 했다. 라면도 많이 먹었고 매운 음식이 너무 당겨 비빔국수도 맵게 만들어 먹었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실컷 낮잠이나 잤다. 먹고 바로 누우면 안된다지만 사실 갈 곳도 없으닌까 그냥 쇼파에 앉아있다가 잠을 자는 것이 일상이 되고 있다. 그러다 문득 일어나면 호르몬 문제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우울했다. 그날 저녁도 그랬다. 토요일 저녁, 나는 일부로 슬픔 영상을 보고 실컷 눈물을 흘렸다. 슬픔이라는 바다에 잠겨 펑펑 눈물을 흘리고 싶었다. 이상하게 임신을 하니 그러고 싶은 날이 많아진다. 가끔 외로울 때 일부러 울 때가 있었는데 임신을 하니 매일 그렇게 울고 싶었다. 눈물을 흘리면 시원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막상 눈물을 흘리면 아기한테 좋지 못할까 걱정이 되어 막 울지도 못한다. 뭔가 이상하다. 임신을 하면 마음 편하게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불편하고 불편하다.


 나의 불편함의 원인은 호르몬과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다. 사실 이번달에는 출장이 많이 있다. 학생인솔로 외부활동도 가야하고 학생 전시물 전시를 위해 주말에도 출장을 다녀와야 한다. 교육청에서 하는 행사에 1학기 때문에 하기로 해서 이틀동안 다시 출장을 내고 다녀와야 한다. 이런 사실들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 행사도 해야하고 이것저것 해야할 것이 많다는 사실이 나의 마음을 너무 불편하게 만들었다. 아, 리모델링도 해야한다.

 해야할 일이 많다는 것은 스트레스이다. 시간이 될 때마다 최대한 누워있으려고 노력하지만 해야할 일 때문에 막상 컴퓨터에 너무 오래 앉아있다. 오래 앉아 있고 그러면 아기한테 미안하고 하지만 일을 해야하고 그런 상황들이 반복되면서 6주에서 7주로 넘어가는 이 사이에 배가 너무 아팠다. 

 병원에 간지 10일만에 병원에 갔다. 그전에는 보지 못했던 난황이 보이고 아기집도 1.8cm도 커졌다. 네이버주수로는 7주 1일이지만 6주 중반으로 보인다. 아기의 크기는 보지 못했지만 아기의 심장박동을 들었다.

 "쿠궁쿠궁쿠궁쿠궁"

 115bpm.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지만, 내가 원한 주수의 심장박동 소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안 보이는 이 존재가 이렇게 심장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에 울컥 눈물이 나올 것 같다. 꾹 참고 의사선생님과 진료를 하면서 두통과 손가락 습진 배아픔에 대해 이야기했다. 초음파 상 피고음이 조금 심하다고 하셨다. 주수보다 작다고 하셨고 유산방지주사를 처방 받아서 맞았다. 또다시 커다란 불안이 밀려온다. 아기가 나의 생각보다 잘 크지 않아서, 나의 스트레스 때문에 이런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다행히 이번에는 진단서를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임신확인서와 진단서는 다른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5주차에도 제출을 하여 모성보호시간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괜히 스트레스 받고 짜증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일도 하고 조금 더 주수가 지나서 학교에 말을 한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이제 진짜 모성보호시간을 쓰기 위해 회사에 말을 해야하는 것도 나같은 쫄보에게 너무 걱정이고 축하가 아닌 일에 대한 걱정을 들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축하 대신에 걱정을 받는게 싫었고, 예정되었던 일들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고, 모성보호시간을 써서 업무를 일찍 정리하고 집에 가야할 것 같다고 말하는게 싫었다. 그래도 해야한다. 아기를 위해, 이기적으로 한번 굴어보기로 결심해본다. 눈치보지 말고 오직 아기만 위해..


  여러므로 임신을 하고 일을 하는 임산부들에게 존경과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다. 이리저리 눈치보고 치이면서 직장인으로 아내로 며느리로 딸로 하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헤아릴 수 없다. 임신을 하고 난 뒤 일 걱정으로 아내가 되고 나서 남편과 가사일에 대한 걱정으로 시가의 문제로 며느리에 대한 걱정으로 친정에 대한 생각으로 딸로서의 걱정으로 정말 셀 수가 없다. 그래도 이런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 조금은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하고 싶다. 멋지다고!


 다음 병원 진료까지 아마 걱정인형으로 사는 것이 계속 될 것 같다. 9주차에는 아기의 젤리곰을 볼 수 있을까 걱정할꺼고 11주차에는 기형아 검사를 걱정할 것이다. 임신기간은 하루도 걱정을 놓을 수 없다. 그래도 아기가 너무 예민하지 않도록, 나와 아기를 믿고 오늘도 멋진 나로 살려고 노력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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