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차: 코일링 기법)
- 2주차 (19/01/06) : 쌓아 올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코일링 기법)
어느덧 돌아온 일요일.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괜찮다고, 이제는 길을 헤매지 않고 단숨에 공방에 찾아갔다. 2주 차에 배운 내용은 바로 '코일링 기법'. 일반적으로 '찰흙을 돌돌 말아 층층이 올리는' 기법을 의미한다. 그냥 돌돌 말아 한층 한층 쌓아 올리기만 하면 금방 컵의 모양새를 갖춰 나가고, 조금은 울퉁불퉁한 표면 덕택에 '손맛'이 느껴져, 도자기의 정수..! 를 느낄 수 있다는 그 기법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찾아보니,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도자기 강좌에서 흔히 알려주는, 그만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아주 간단히 설명을 듣고 난 후에는, 컵의 가장 밑바닥이 될 흙들을 밀대로 밀기 시작했다. 지난주에는 고작 밀대 미는 것에 (일주일 지났다고 '고작'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 힘들어서 선생님의 도움을 받고 결국 일주일 내내 손목에 파스를 달고 살아야 했었는데, 인간은 적응에 동물이라고 또 금방 적응을 해서 이제는 손목이 아프지 않게끔 잘 미는 요령을 터득했다. 문제는, 이제 여기서부터 시작이라는 점. 한 덩이의 흙을 떼서 돌돌돌 일정한 두께로 말아주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어떤 부분은 얇고, 어떤 부분은 두꺼워서 살짝 마음에 걸렸지만 눈대중으로 '이쯤이면 되겠지' 싶었을 때, 쌓아 올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어쩌면, 조금은 안일한 마음이었으리라.
한 층 올리고 난 후에 바로 이어지는 작업은 손가락으로 두 덩이의 서로 다른 층의 흙을 문질러 이음새 부분을 매끈하게 이어주는 작업이었다. 한마디로 '문질러주는' 작업이다. 이때 컵의 지름에 따라 이 단순한 작업이 고 난이도의 작업(물론, 취미로 도자기를 배우는 초심자에게 한해서겠지만)이 될 수도 있다. 컵의 지름이 너무 넓으면, 문질러야 하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 진이 빠지고, 그렇다고 좁게 만들면 컵의 안쪽면을 문지르는데 어려움이 있다. 약간의 tmi이지만, 나는 손가락에 살이 많은 편이라서 이 안쪽면을 문질러주는데 꽤 애를 먹었다.
게다가 이렇게 문질러주는 작업이 은근히 귀찮아서, 잠시 생략하고 일단 층층이 올리기만 한다면 어느새 흙에 있는 수분들이 살짝 날아가 딱딱해져 문질러도 문질러지지 않는 그런 상태가 되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이번 생은 망.. 한 것 까지는 아니지만 손에 물을 묻혀 다시 말랑말랑한 흙이 되게끔 만들어주어야 하는데 이미 딱딱해져 버린 흙들을 다시 말랑하게 만든다는 게 꽤나 어렵고 마음처럼 쉽지 않다. 돌아서버린 마음을 되돌리기 힘들 듯, 굳어버린 흙을 되돌리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물을 묻혀도 결국 부서지거나 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 그래서 애초에 한 층 올릴 때마다 이음새 부분을 잘 문질러주는 것이 바로 '코일링 기법'의 포인트인 것 같았다. 잘 매듭지어주지 않으면 결국 구워 놨을 때 틈이 갈라지고 깨져버린다. 모양 자체는 울퉁불퉁할 지라도 안과 밖을 '매끈한 표면'처럼 만들어 하나의 흙덩이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렇기에 쌓아 올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사이 사이 매음새를 메꾸고 정리하는 일이다.
그렇게 쌓아 올리고, 문지르고, 올리고, 문지르고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컵의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한 땀 한 땀 작업하다 보니 쉽게 지쳐버려 결과적으로는 낮은 높이의 물체들 밖에 만들지 못했다. 삐뚤삐뚤한 모양새가 살짝 우스꽝스럽기도 했지만, 그 나름대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체라고 생각하니 그것도 꽤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래도 꼭 다음번엔 인내심을 가지고 높은 높이의 화병을 만들어보리라.
코일링 기법 (coiling)
; 물레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점토를 둥글고 길게 말아서 포개고 합쳐서 오브제를 창작하는 과정. '가래성형'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