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요미우리 인터뷰 실언을 사과하라

by 김남희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8일 새벽에 귀국했다.

이번 주 절반이 지나도록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발 SNS는 여러 시사 프로그램에서 언급이 됐다. 한국 홀대 논란보다는 해결된 하나의 해프닝으로 표현하는 뉘앙스이긴 했지만 말이다. 특검의 교회 압수수색을 가지고 한국에서 혁명이나 숙청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닌가요? 라는 무례한 물음은 비서실장과 대통령의 해명, 한국 기업의 조선소 투자 약속 등으로 누그러든 것도 사실이다. 정치적 입장차에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의 단일 외교 데뷔전에 대한 평가는 나뉘기는 하나 적어도 일반의 시민들에게는 무난한 평을 받는 듯하다. 적어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처럼 트럼프에게 대놓고 면박을 당하지도 않았고, 주한미군 방위비와 같은 민감한 의제가 회담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주한미군 부지에 대한 말이 나왔지만, 한국 외교부의 거부에 트럼프는 어떤 반응도 보이고 있지 않다.) 한일정상회담도 이례적으로 공동 선언문이 나오는 등의 성과가 있었다. 무난한 평을 들은 만큼 얻어온 것도 있고, 회담을 추진한 관료들과 대통령은 자신들의 성과를 복기할 여유도 조금은 있을 것 같다. 물론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국내의 산적한 정치적 과제를 해결하느라 분투하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다시 정무에 몰두하기 전에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
요미우리 신문 인터뷰에서 위안부 합의와 강제징용 합의를 그대로 지키겠다는 말을 한 것에 대한 사과다.

이것들은 피해자들이 원하지 않는 합의이며 한국 대법원의 법적 결정에 어긋나는 위법적인 합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두 합의의 위법적 성격을 지적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을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한 합의를 결과적으로 긍정했다. 뒤에서 일제 피해자들을 만나 접촉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면에 나온 말만 들어보면 그렇다.

그리고 8월 21일 발표된 693개 시민사회단체 시국선언에서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이 말했던 것처럼 일본에서 과거사 문제 종결로 여겨질 만한 발언을 한 것, 또 피해자의 인권과 법적 책임 문제를 감정 문제로 축소시키고 있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피해자들이 사과를 받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위로'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58950&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그리고 위안부·강제징용 합의를 긍정할만큼 부득이한 상황이었는지도 회의적이다. 막상 한일정상회담 공동 선언문에서는 한일관계에 대한 원론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고, 김대중·오부치선언을 계승한다는 표현이 들어갔을 뿐이다. 오히려 일제의 불법적 식민 지배에 대한 사과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언급하고 공동 선언문에 싣기 위해(결국 되진 않았지만) 노력했다는 후일담이 들려온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그만큼 전향적인 인물이라는 것, 오히려 공동 선언문 발표를 위해 구체적인 사과의 표현을 쓸지 말지 고민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은 회담이 되리라는 것을 대통령실도 알았을텐데, 굳이 일제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저자세의 인터뷰를 할 이유가 있었나?

적당히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과거사에 대한 질문에 말을 아끼거나 화제를 돌렸어도 이렇게 많은 시민단체의 반발, 당사자들의 반발을 불러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다못해 이번 회담에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의제를 위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어도 사람들이 이렇게 상처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 일본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대통령이 여러 면을 신경 쓰고 고려했다는 걸 모르지는 않지만, 그 회담의 빛을 다소 바래게 한 것은 대통령 자신의 실언 때문이기도 하다.

"더 이상 안미경중을 과거와 같이 이어갈 수 없다"고 말해 중국을 화나게 하고, 북한을 두고 "가난하지만 사나운 이웃"이라고 표현해(이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차별 발언이기도 하지 않는가?) 북한에게 '더러운 족속들'이라는 욕을 듣는 등 대통령의 실언에 꽤 작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이 두 발언에는 적어도 이런 식으로 말한 사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하지만 "국가 간의 합의를 뒤집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어떤가. 우리를 안보적으로 위협하는 북한과 중국 정부가 아니라, 한국의 일제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가해자의 사과와 배상 없는 합의에 동의하라는 메시지를 당사자들에게 주고 말았다. 대통령의 '실용'과 '국익'은 과거사 피해자들을 배제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철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본 애호가들의 지겨움과 이재명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