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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차 Oct 26. 2023

해피야 미안해...

해피를 향한 내 마음은 찐 사랑이었다. 

해피가 우리 집에 온 지 7개월이 지났다. 하와이 가족여행을 갈 때 지인분 댁에 맡겼었는데 어찌나 사랑을 많이 받고 잘 지냈는지, 해피를 돌봐주었던 가족들이 그 뒤로도 해피의 안부를 물으며 많이 그리워하셨다. 집을 오래 비워야 할 때가 해피에게 가장 미안하고,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되었다. 이후로 1박으로 어디 갈 일이 있어서 해피를 맡길 곳을 찾아야 했다. 다행히도 멀리 살던 친구가 근처로 이사를 왔고 한국에서 오랫동안 반려견을 키웠던 전적(?)이 있던 친구라 나보다도 강아지에 대해 훨씬 잘 알기에 맘 놓고 며칠을 맡겼다. 원래는 하루만 맡기면 되는 건데 그 집 3살 배기 쌍둥이 형제가 강아지를 너무 보고 싶어 한다고 해서 3일을 맡겼다. 아니나 다를까 해피는 그 집에서 행복하게 놀고 잘 지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룰루랄라 해피를 찾아서 집으로 왔는데 잘 때 보니 유난히도 발을 많이 빠는 게 아닌가! 심지어 발뿐만 아니라 몸의 군데군데를 빠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몸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니 세상에나 수십 군데 벌레 물린 자국이 있었다.ㅜㅜ 벌레 물린 곳이 간지러워서 계속 긁은 것이다. 

털이 그렇게 긴 편이 아니라서 벌레가 남아 있더라면 눈에 띄었을 텐데 진드기는 아닌 거 같았고, 한 군데 여러 개 물린 걸로 봐서는 왠지 벼룩인 거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친구한테 물어보니 해피가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해서 백 야드에 많이 풀어놨던 게 아무래도 원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했다. 해피한테 너무 미안했다.ㅜㅜ 병원에 데려가야 하나 며칠을 고민에 고민을 했다. 미국에서는 동물병원에 한번 가면 기본이 1~20만 원 정도 든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망설여졌는데 그렇다고 딱히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을 거 같아서 아마존에서 항생제가 조금 들어간 강아지 벌레 물린데 바르는 약을 사서 발라주었다. 약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다행히도 며칠 지나니 호전을 보였다. 천만다행이었다. 그러고 보니 해피가 우리 집에 온 뒤에 겪은 두 번째 위기의 순간이었다. 첫 번째 위기는 백 야드에서 해피를 풀어놓고 잡초 뽑고 있는데 한참 뒤에 불렀더니 해피가 사라졌던 사건이었다. 백 야드 문이 열려 있었고(문 꽉 안 닫은 사람 누구야.ㅡㅡㅋ) 해피가 집을 나간 것이다. 그때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해피야~ 해피야~" 엄청 큰 소리로 부르면서 집 밖으로 뛰쳐나갔더니 저기 멀리 해피가 보였다. 해피가 딱 뒤를 돌아보더니 나를 보고 "다행히도" 나한테 뛰어왔고 눈물의 상봉을 했다. 


강아지에 대해서 아는 지식도 없고, 평생 키워볼 생각도 없던 내가 이런 위기를 겪으면서 다시 한번 나 자신이 신기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은 오래 살고 볼일이다. 해피가 벌레에 많이 물렸던 때 너무 미안해서 며칠을 밤잠 설치기도 하고 해피가 사라졌을 때 심장이 터질 뻔도 하고.. 내가 이런 사람인줄은 몰랐다. 


4살 하고 7개월을 더 산 우리 해피.. 나만 바라보는 해피.. 귀염둥이 해피.. 존재 자체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해피.. 앞으로도 허락된 시간 동안 해피하자! 고마워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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