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어느 날,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서디연의 팀원들을 연극 <메디아 온 미디어>에 초청하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필자는 교내 극단에 들어가 있을 정도로 연극에 관심이 많았고, 함께 보러 간 팀원들 역시 평소 연극을 관람하는 것을 즐겼다. 이런 우리들에게 해당 제안은 너무나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본 글에선 우리가 연극을 보면서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고 순수하게 풀어내고자 한다.
<메디아 온 미디어>는 '메데이아' 신화 속의 이야기를 각색한 극이다. 각색의 방식이 좀 특이한데, 고전 신화 속 이야기를 현대로 가져와 각색했다는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 연극은 요즘 시대에 살고 있는 메데이아가 미디어에 비친다면 어떤 형식에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된다.
그럼, 메데이아는 도대체 누구인가? 메데이아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녀다. 메디아라고도 부르며, 헤카테(지 옥의 여신이자 모든 주술과 마술을 총괄하는 여신)를 숭배하는 마법사이기도 했다. 그녀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이올코스의 왕 펠리아스를 죽게 만들었는데, 이에 이올코스의 백성들이 분노하였고 메디아는 그들을 피해 아이들을 데리고 코린토스로 떠났다. 그러나 그곳에서 남편이었던 아이손이 코린토스의 공주 글라우케와 결혼하게 되었고, 이에 메디아는 공주에게 마법을 걸어 글라우케와 남편 모두 죽게 만들었으며 자신의 아이들 또한 죽게 했다.
이러한 고전의 이야기는 현대로 넘어와 다양한 미디어에 비친다. 연극은 현대의 메디아가 기자회견 자리에 나 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메디아가 등장하자 수많은 플래시가 터져 나왔으며, 기자들은 앞다투어 질문을 쏟아나 기 시작했다. "남편을 죽였다는 게 사실인가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온갖 불쌍한 척을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는 메디아의 모습이 마치 현대의 논란에 휩싸인 유명인을 보는 것 같았다. 이 부분에서 나름 그들을 풍자하고 있다고 느꼈다. 이후에는 바람피운 남편과 함께 등장해 토크쇼를 진행하는 듯한 장면도 등장하는데, 마치 내가 토크쇼의 패널이 된 듯했다. 이는 극 중 기자 역할을 하는 배우들이 중간중간 적절한 호응을 유도한 덕분이며 토크쇼라는 미디어의 특성을 잘 활용한 구성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메디아의 일련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 면은 메디아와 그의 수하인이 게임의 캐릭터가 되어 움직이는 장면이다. 그들은 만화 '쾌걸근육맨 2세'의 ost에 맞추어 달리며 보이지 않는 적들과 싸우는 모션을 취했다. 이때 그들의 모션은 진짜 게임의 캐릭터가 보이는 균일하고 부자연스러운 행태적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 듯했다. 행위를 효과적으로 디자인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그러한 착각을 주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으며, 얼마나 연습을 했을지 가늠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미디어는 높은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빠른 정보 처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미디어에서는 정보의 핵심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자극적이고 매력적인 부분을 극대화해 대중들에게 드러낸다. <메디아 온 미디어> 역시 고전 신화 속 메디아의 이야기를 미디어로 끌고 옴으로써 대중들이 관 심 가질만한 부분을 극대화해 훨씬 자극적으로 풀어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보는 내내 메디아의 자극적인 스토 리를 즐겁게 관람했지만, 이 연극은 우리에게 현대의 미디어가 가지는 어두운 면을 재치 있게 보여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 서울대학교 디자인과 22 한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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