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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성준 May 11. 2023

03. 우리 팀은 어떻게든 살아남았다.

회사 2년만에 7.5억원의 매출을 만들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상태에서

 일이 바쁘단 핑계로 글을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고 떠났었던 것 같아 상당히 찜찜했다 ㅎㅎ;


 27살 꼬마 대표의 회고 마지막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먼저 이야기 했던 것처럼, 우리 팀은 에이전시의 형태를 띄고 있는 회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팀들보다 쉽게 매출이 나올 수 있었다. (양산화 과정이나 프로토타입 없이도 영업만으로 매출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그 매출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회사는 망했어야 했다. 하지만 살아난 이유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고 본다. 그 요인 중, 운을 제외하고 내가 통제한 일들만 바라보고자 한다.


첫 번째, 배움에 두려움이 없었다.


 나는 살아가는데 있어, 자기 객관화를 더욱 더 철저히 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내가 정말로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등


 스타트업 씬에 있다 보면,  소위 말해, 대표병에 걸리시는 분들을 꽤 많이 봤다. 


 운 좋게도 나는 대표병을 피해갔던 것 같은데, 그 이유도 나에 대한 객관화였기 때문이였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가 배움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할 수도 있는데, 사실, 나의 배움의 원천은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전제'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아주 간단하게, 우리 업계의 비즈니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광고주'와 '인플루언서'가 필요했다.


 나는 인맥도, 경험도 없어서 1차원적으로 광고주를 구할 방법은 전혀 없었고, 광고주를 외부에서 조달 할 방법이 필요했다. 


 B2B 비즈니스에서 광고주를 모객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아 보았는데, 여러가지 매체들 중 네이버 검색광고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검색광고에 대해서 금방 공부하기 시작했다.


 또한, 스폰서드 광고 등의 타 매체들도 알아야 광고 시장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에 대해 약 3개월간의 시간으로 겉핥기 식으로나마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는 지금까지 광고주를 모객하는데에 요긴하게 쓰이고 있고, 플랫폼 비즈니스의 '수요자'를 확보하는 데 있어 초석 역할을 해 주었다.



두 번째, 문제의 근원을 생각했다.


 당시, 경영적으로는 매우 부족한 사람이였으나, 아주 객관적으로 '왜'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 


 우선, 시장의 문제부터 직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니 문제가 몇 가지 보였는데 대표적인 문제는 아래와 같다.


- 인플루언서에게 연락하기는 상당히 번거롭고 답장도 안온다.

- 인플루언서들을 핸들링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 가짜 인플루언서가 생각보다 매우 많다.

- 대행사들의 수수료 편취가 상상 이상이였다.


이 뿐만 아니라, 수많은 문제들을 나열을 해 두고, 살펴 보았는데, 광고주들의 니즈(사람들의 니즈일지도..)는'사람들의 시간을 아껴 주는가?',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가?', '비용이 합리적인가?', '광고 효과는 적절한가?' 귀결됐다.


 우선, 내가 통제 가능한 것에 집중했다.


'시간을 아껴 주는가?' -> 인플루언서를 단톡방 같은곳에 모아두고싶다! -> 가능한가? -> 불가!

'불편함을 해소해 주는가?' -> 더 광고주에게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 -> 가능한가? -> 가능하다! (다만, 원가가 많이 투입될 뿐이다.)

'비용이 합리적인가?' -> 광고주에게 네고를 해주어야 한다. -> 가능한가? -> 가능하다! (다만, 사업의 확장은 불가하다.)

'광고 효과는 적절한가?' -> 인플루언서가 가짜인지 확인해야한다. -> 가능한가? -> 찍어서 맞춰야한다. (선무당식 추론..)


 당시, 플랫폼이 나오기 전에는 광고주에게 최대한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해서 고객으로 만들었고, 시간을 더 투여해서 고정 고객들을 만들어냈다.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위 내용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더욱 깊은 전략이 필요했다. 


 당시, 시장 조사를 하며, 플랫폼 서비스 형태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판단의 근거는, 


1. 인플루언서를 단톡방 같은 곳에 모아둘 수 있음 - 인플루언서가 납득할 만한 것을 제공하면 됨!

2. 광고주에게 신경을 더 써야한다 - 프로세스를 자동화 할 수 있는 부분을 자동화해서 세일즈는 광고주만 바라보면 됨!

3. 광고주에게 네고를 해주어야 한다. - 프로세스 자동화로 원가절감을 하고, 거기서 나오는 이윤을 광고주에게 돌아가게 하자!

4. 인플루언서가 가짜인지 확인 해야 한다. - 가짜로 판단되는 인플루언서들의 공통점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수십가지의 가설을 적용해봤다. -> 패턴이 있더라!


플랫폼에서 기능들과 함께 해결했고, 이것을 알리는 건 내가 이전에 공부했던 '마케팅'을 통해 자신이 있었다. 이는 곧 광고주들의 꽤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었다. 



세 번째, 매우 빠르게 움직였다.


 단적인 사례로, 공부 할 게 있으면, 그 날부터 시작해서 끝을 봤다. 시장 조사에 부족한게 있으면 조그마한 나의 연줄이 닿는대로 연락했다. 검색광고가 적절한지 확인하기 위해서 한페이지짜리 웹을 만들고, 광고비를 태우며 결과를 봤다. 텔레마케팅이란걸 알아낸 뒤, 무작정 300개의 업체에 전화도 해 봤다.(물론 실패했다.)


 클라를 운영하며 수 없이 실패해왔고, 실패는 정말로 성공의 어머니가 되었다.


 멘토가 있어서 나에게 알려주는 것도 큰 의미가 있겠으나, 결국 내가 납득하고 이해해야 진정한 레벨업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나에게 납득은 수 많은 실패였고, 이는, 결국 경험이 되었으며, 이 경험은 나만의 경영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주기까지 매우 짧은 시간이 걸리게 만들어줬다. (길 수도 있다..)


 생각 하고 납득이 되었으며 근거가 충분하면 실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언제나 실행 이후에는 실패든 성공이든 레벨업을 시킬 수 있는 요인이 있었다.


 빠른 움직임 덕에 자금이 모두 고갈되기 전에 항상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었고, 배의 갑판 하부가 뚫린 상태로 항해를 할 수 있었다. 나는 멋진 배를 만들기도 하지만, 배에 담긴 물을 퍼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더 많이 실패하며 배에 담긴 물을 퍼내다 보면, 우리 멋진 팀이 멋진 배를 다 만드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 싶다.


---


여전히 나는 배워야 하는 미생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와 같은 미생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할 때,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글이길 바라면서, 전혀 신화같지 않았던 현실적인 내 2년?간의 창업 이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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