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성준 Apr 10. 2023

02. 사실상 망해야 하는 스타트업

우리 팀은 대표자의 능력 부재로 망했어야 했다.

 나는, 내가 잘 한 것을 보기 보다는, 못한 것을 보는 경향이 있는 편이다.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인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만,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조금 더 나은 뉘앙스로 불리우고 싶다.


 내 창업 첫 이야기를 보면, 우린 '망했어야 하는 스타트업'이 맞다. 


 망했어야 하는 이유를 요약해서 말 하자면, 우리는 삼성전자를 입사하고 싶으면 취업 준비를 하고, 공무원이 되고싶으면 시험 준비를 해야 하지만, 나는 창업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게 가장 큰 문제였다.


 살아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비교적 간단한 BM 때문이였다. 세일즈를 통해서 매출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이였고, 이는, 우리 회사가 몇 번이고 실수하고 실패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던 대표적인 이유이다.


 이건, 그저 운이다. 내가 BM을 간단하게 만들고 싶어서 만든 것도 아니고, 그저 운이고 업종의 특수성이 있는 상황이였기 때문에 "세일즈를 통해서 즉각적 매출을 낼 수 있는 간단한 BM을 만드세요!"라고 이야기 하지는 못하겠다.


  매출을 바탕으로 반복적인 실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이 실수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이야기 하는게 더욱 도움이 될 듯 하다.


 우선 창업 첫 해인 2021년, 무엇을 실수했는지 이야기 해 보겠다.


수 없이 많은 실수 중, 아주 크리티컬했던 실수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 예정이다.


 첫 번째 실수, 아무런 비전 없이 창업을 했다.


 나는 세상을 너무 냉소적이고 정량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돈이라고 생각했고, 사람들이 책임감 없이 일을 하는 이유는 돈을 많이 주지 않아서인 줄 알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믿고 싶었다. 더 쉽게 요령을 피워서 대처하는 상황에 익숙했던 나는, 사람의 가치 = 돈으로 직결 시키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대기업만큼 많은 돈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우린 스타트업이니까"라는 말도 안되는 핑계로 밀어 붙이곤 했다.


 지금 되돌아보니 정말 멍청하기 그지없는 방법인데, 25살의 심성준은 정말 그런줄 알았고,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이라고 믿었다. 사람들이 어떤 것으로 움직이는지 본인조차 타인으로 인해 움직여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돈은 채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라고 본다. 돈을 덜 받더라도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게 회사의 비전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일부 냉소한 사람들은 '그렇게 해 봤자, 나한테 떨어지는게 없는데, 내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그럼 우리가 방에서 넷플릭스를 보는 이유는 돈을 받아서인가? 단연코 아니다.


 넷플릭스를 보고, 기쁨을 누리려고 하는 욕망이 있듯, 사람마다 가치 실현을 하려는 욕망은 대부분있다. 누군가는 예쁜 음악을 만드는 것이고, 누군가는 사람들에게 본인의 작품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대표자는 이들의 욕망을 회사가 하려는 것과 잘 합치시켜야 하고, 더욱 잘 할 수 있게 서포트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이 사람이 회사에서 소모되는 느낌을 받게하지 않으면서, 본인에게 주어진 일을 즐겁게, 하지만 반드시 할 수 있게 하고, 정당한 가치로써 산출되는 적당한 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럼 우리는 팀원들의 다양한 욕망들을 이뤄내기 위해서,


 정량적인 비전, "올해 오백억 벌자"가 아니라, "우리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을 깨끗하게 만들어 보자, 여기에서 나온 선한 영향력으로 가치를 창출해 보자."라는 정성적인 비전으로 팀원들을 공감하게 만들어야 하고, 정말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매우 어려운 일임은 확실하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대표자는 더욱 팀원과 팀을 위해 고민을 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두 번째 실수, '대표자'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나는 스타트업이 뭔지를 몰랐다. 더 빠른 프로덕트 개발을 위해 크롤링도 배우고, 디자인도 배우고, 서비스 기획도 배웠지만, 대표자가 해야하는 일은 정확하게 알지 못했던 것 같다.


 거시적인 사업화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수동적으로' 살던 사람의 한계였을지 모르지만, 디자인이 부족하면 디자인을 배우고, 초기창업패키지가 되기 위해서는 초기창업패키지 사업계획서 쓰는 방법을 공부했다.


 난 이러한 '행위'에 맞춰진 접근이 아니라, '사업의 본질'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을 했어야 했다고 본다.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 것인가? = 어떤 것이 소비자를 위한 것인가? 


 어떤 것이 소비자를 위한 것인지를 고민 했어야 했다. 소비자를 위한 것을 가장 빨리 찾기 위한 방법을 도입 했어야 했고, 원 팀이 되어서 아주 기민하게 움직였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이 방법을 몰랐다.


이 관점에서 보면, 내가 디자인을 약간이나마 배운것은 큰 도움이 되었을 수 있다. 소비자의 심리나 원하는 지점에 대한 표현을 내가 직접 표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내가 디자인을 배운 것은, 프로덕트에 디자인이 필요했을 뿐이였고, 결과론적으론 좋았지만, 이 또한 운이였다.


 소비자를 위한 것을 찾았다면, 그 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어떻게 만들 것인지, 언제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계획들이 필요하다. 이 계획들은, 혼자서 할 수는 있지만, 지속성과 속도 측면에서 많이 떨어질 것이다.


 그럼 또 필요해진다. HR과 같은 비가시적인 일이.

 

 사람들을 더욱 일을 하고싶게 만드는 비전 제시와 그에 걸맞는 팀 빌딩, 그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기반 사항을 공유해주는 투명하고 신뢰적인 문화 등.


 문화가 구축 되었다면, 자본 조달이 필요해진다. 


 돈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여도 팀원들과 함께하기 매우 힘들어진다. 팀원들이 더욱 지속 가능하게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자본 조달이 반드시 필요하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이라는 목표와 함께 자본을 조달해야 한다. 맹목적인 투자유치나 정부지원금 수령은, 어차피 공중분해되기 마련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해서 해당 프로젝트로 어떤 임팩트를 낼 것인지 고민하고 결정한 뒤 자본을 조달해야 한다. 자본이 수혈이 되었다고 해서 그저 한 숨 쉴게 아니라, 자본 소진 전에 임팩트를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더 빠른 성장을 목표로 조직 규모가 커지고, 이에 따라 더 일을 똑똑하게 하기 위해 HR을 케어해야하는 반복이 발생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일들을 나는, 하고싶지 않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창업을 시작했다.


 심지어 이외에도 실수했던 것들을 따지면 백가지가 넘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살아남았는데, 어떻게 내가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었는지 다음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초기 팀 빌딩에 대한 회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