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너의 정체를 드러내어라

착한 엄마 콤플렉스

by 니나맘

육아를 하다 보면, 친정 엄마의 짧은 조언 한두 문장에 육아관이 통째로 바뀌곤 한다.


“너는 왜 자꾸 완벽한 엄마로 보이려고 하니?”


엄마의 말은 늘 뻔하지 않으면서도 핵심을 정확히 찌른다.

그래서 들을 때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든다.




아이가 지금보다 더 어릴 때, 미운 3살, 4살을 지나던 시기였다. 한동안 아이는 유독 잔병 치레가 잦았고, 나는 24시간 간병으로 서로 예민했다. 평소 아이에게 화가 나도 웬만하면 표출하지 않지만, 체력 저하에는 장사가 없었다. 수면 부족 상태에서 아이와 충돌이 많아졌다.

참다 참다 아이에게 화를 내고 혼자 마음이 무거워져 있을 때 친정 엄마가 조용히 말했다.


“왜 자꾸 정체를 숨기려고 해? 참은 것도 네 성격, 그러다 화 낸 것도 네 성격이야. 가족 간에 성격 숨기고 살 수 없어. 착한 가면은 벗고 너를 드러내. 그래야 아이도 진짜 엄마를 경험하고 적응해. 너는 충분히 멋지고 훌륭한 사람이야. 굳이 결코 화 안내는 로봇 같은 착한 가면을 쓸 필요는 없어.”





‘화’에 대한 태도 – 감정을 죄로 만들지 않기


나도 모르게 ‘화내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하에 육아하고 있었다.

하지만 화는 인간의 기본 감정이며, 엄마도 로봇이 아닌 인간이니 느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화를 내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진정하는지 이다.


참다가 아이에게 화를 내었다면, ‘왜 그랬을까’만으로 자책할 필요는 없다. 대신 엄마가 화를 어떻게 다루는지 그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좋은 교육이다.


타인으로부터 늘 좋은 모습만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도 배울 수 있다. 엄마가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현하고 다스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더 다각화된 사회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화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는 중요한 ‘사회화 연습’이 될 것이다.


아이에게 화내는 모습을 아예 보여주지 않는 부모가 오히려 ‘화란 감정 자체를 표현하면 안 된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

무조건 화를 참는 부모를 보며 자란 아이가 나중에 사회에 나가 타인이 화 내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이도 이를 보고 자라 마음 속 화를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진짜 가족 관계 – ‘존중’에서 시작된다


나는 아이를 보살핌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대하고 있었다.

아이가 지금은 유치원생이지만 곧 10대가 되고, 사춘기가 지나 어른이 될 것이다. 그 때까지 내가 완벽한 가면을 쓰고 있다면 아이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가족은 서로의 성격을 조금씩 경험하고, 받아들이고, 충돌을 최소화할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관계다.


이 말이 ‘엄마 성격에 아이가 알아서 맞춰라’는 의미는 아니다.

사람마다 관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포인트는 각자 다르다.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는 서로 불편해 하는 그 선을 넘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그 방법을 아이가 터득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진짜 존중이다.


관계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적인 것이다. 아이는 필연적으로 태어나서 수 년 동안 부모에게 많은 것들을 받기만 한다.

부모의 감정도 아이가 적절히 받아들이면서 관계의 상호성을 터득해 나갈 것이다.





결론적으로 엄마의 사이다 같은 육아 조언은 이렇게 정리된다.

아이의 인성은 부모의 무조건적인 인내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그냥 부모처럼 자란다.


부모가 스스로를 돌보고,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며 살아간다면, 아이 역시 자연스럽게 그렇게 자랄 것이다.

왜 나는 그렇게 완벽하려 스스로를 채찍질했을까.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키우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애초에 그 자체로 충분히 완전한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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