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위해 나를 먼저 대접하기로.
가끔 아이의 말투와 행동, 심지어 걷는 자세까지 나와 닮아 있어 깜짝 놀라곤 한다.
아기 때부터 생김이 제 아빠 그대로라 괜시리 질투가 나기도 했는데, 어째 커 갈수록 내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이 있다.
나이가 들어 중년에 접어든 내가 친정 엄마와 무섭도록 닮았다는 점. 성향과 취향은 물론이고,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까지 비슷해졌다.
서른 해 가까이 따로 살았고, 내 마음 내 주관대로 산다고 생각했는데, 이 나이 되어 돌아보니 나는 그냥 ‘엄마의 주니어’이다.
이 사실을 깨닫는 순간 등줄기가 서늘했다.
아, 우리 딸이 나처럼 살겠구나.
보통 부모들은 아이가 어떤 어른으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관을 세운다. 하지만 그 교육관은 결국 나의 가치관이다.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모습, 사실 내가 먼저 가져야 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 부모라면, 학원을 보내는 대신 부모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교육이 옆에 앉아 함께 공부하는 것이라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 가수 이적의 3형제 모두 서울대 출신인 이유가 유명한 여성학자인 어머니의 ‘공부하는 모습’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다. 엄마가 무언가에 몰입하는 뒷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스스로에게 더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건강한 가치관을 가져야 아이도 그럴 것이다.
내가 삶에 적극적이어야 아이도 주도적으로 살 것이다.
내가 매사에 감사해야 아이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한 어른으로 자랄 것이다.
나는 아이를 위해서 나 자신을 대접하며 산다.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보고, 스스로 관대해지고, 유연하게 실패를 받아들이며, 나라는 사람의 고유한 색과 취향을 포기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아이의 평안을 찾기 위해 나의 평안부터 구하고, 아이의 성장을 위해 나부터 성장하려 길을 찾는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면 아이도 자연스레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엄마는 딸의 거울이니까.
아이를 낳기 전에는 이렇게까지 나를 돌아본 적이 없었다.
스스로를 귀히 여기고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 자존감도 많이 높아졌다.
느린 아이를 기다려줄 줄 아는 엄마가 되려 애쓰다 보니 나 자신을 위한 여유와 관대함도 생겼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도 함께 자란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이었다.
평생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남녀도 연애하고 결혼하며 닮아간다. 함께 사는 식구의 태도와 습관이 서로에게 깊이 스며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아이는 그 중에서도 엄마인 내 모습을 가장 긴 시간 마주하며 생활하고 있다.
웃는 모습이 나랑 똑같다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는 정말 내 모든 것을 카피해 가고 있구나 싶다.
지금도 내 딸아이는 낡은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내 옆에서, 뽀로로 컴퓨터로 뽀로로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아이의 시선을 느끼며 나는 오늘도 자세를 가다듬고 마음을 어루만지며 하루를 살아낸다.
<너의 눈 속으로>
너의 눈에는 예쁜 것들이 잔뜩
푸른 바다
맑은 하늘
반짝이는 별
난간 위 사뿐히 앉은 봄날의 햇살
가지 않아도 갈 수 있고
시간도 거스르는 여행
너의 눈을 응시하여 떠나는
아름다운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