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에 있어 엄마들이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나라 경제는 주춤한다는데, 사교육 시장만은 성장 중이란다.
2024년 우리나라 사교육비 시장은 무려 30조.
모두 시키는 데 우리 아이만 안 시킬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가만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
확고한 교육관이 없으면 사교육 흐름에 휩쓸리기 쉬운 것이 현재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다.
게다가 아직 학령기도 되지 않은 아이들의 교육 목표가 sky 입학, 의대 진학에 맞추어져 있는 현실을 보면, 나름 공부 꽤나 하고 서울대를 졸업한 엄마인 나로서도 마음이 복잡하다.
‘학벌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뻔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학벌, 당연히 중요하다’는 더 뻔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니다.
아이 교육에서 중요한 가치들은 좋고 나쁜 이분법적으로 가를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며칠 전 만난 아이 친구 엄마와 대화를 하던 중 ‘대치동 출신 엄마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린 시절 대치동에서 강도 높은 사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들이, 부모가 되면 다시 자식 교육을 위해 대치동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연일 언론과 전문 서적에서 과도한 사교육의 부작용을 이야기한다. 나는 늘 ‘과한 사교육 받고 자란 사람들은 참 힘들었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들이 성인이 되어 자녀 교육을 똑같이 시키려 한다는 사실이 내게 꽤 충격적이었다.
그렇다면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 치열한 사교육이 아이들에게 괴롭지만은 않았거나,
둘째, 과정의 행불행을 떠나 사교육이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엄마 마음은 복잡해진다. ‘결국 사교육은 어쩔 수 없는 건가’ ‘내가 아이 교육에 너무 무심했나’ 하고 말이다. 슬그머니 아궁이 군불 지핀 듯 죄책감이 피어오른다.
실제 의대 진학반, 영어 유치원, 영재원 등 사교육이 큰 도움이 되는 아이들이 분명히 있다. 이런 과정을 체질적으로 즐기는 아이들, 운이 좋게 높은 지능을 타고 난 아이들. 이런 아이들은 부모가 잘 이끌어주는 것이 맞다.
하지만 중요한 건 모든 아이들이 다 의대에 진학하거나, 아이비리그에 진학하거나, 영재인 것은 아닌데, 모든 아이를 과도한 선행 학습과 경쟁에 몰아넣는 사회 분위기는 분명 문제다.
“내 아이가 뭐든 될 아이인데 시기를 놓치면 어떡해요?”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기에 아이가 어릴수록 더더욱 아이의 성향과 수준을 파악하는 데 엄마의 에너지를 쏟아야 하지 않을까.
몇 년의 시행 착오 끝에, 나는 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돌아가는 ‘3가지 학원 정하는 원칙’을 세웠다.
첫째, 내 아이가 ‘흥미 있는’ 것을 시킨다.
유초등 시기 아이 사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대원칙이 되어야 하는 것을 고르라면 단연코 ‘흥미’이다.
이 시기 아이들은 학습, 공부에 대한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
수많은 우수한 아이들이 과도한 사교육에 질려 공부 자체를 놓아버린다.
그 옛날 고대 공자 왈,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싫은데 억지로 하는 사람은 결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나는 그래서 아이가 싫어하는 학원은 보내지 않는다.
물론 일단 아이가 재미있다고 느끼도록 옆에서 온갖 미사여구로 설득하는 과정은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재미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과감하게 그만둔다.
차라리 못하는 것이, 싫어하게 되는 것보다 백번 낫다. 못하는 건 커서도 할 수 있는데, 싫어진 마음을 다시 좋아하게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렵다.
둘째, 다양한 것을 ‘경험’ 시켜 아이의 학습 성향을 파악한다.
뭐든 해봐야 잘하는지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데, 그 탐색의 과정을 중고등학교 가서 하려면 시간도 돈도 낭비이다. 다양하게 해봐야 적성은 물론이고 아이 학습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100명의 아이에게는 100개의 교육 방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한다.
‘적절한 교육’이란 것은 매 아이마다 다르다는 의미이다. 모든 아이를 통틀어 맞는 교육 원칙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공부 방식, 효율적인 학습 시간대, 선호하는 선생님 스타일, 의욕이 샘솟는 포인트, 엄마와 같이 공부할 때 반항의 정도, 효율적인 하루 공부량, 대형 학원이 맞는지 혼자 공부가 맞는지 모든 면에서 개개인은 다양하다.
유초등 시기의 사교육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의 취향과 맞는 방법을 찾아 가는데 중점이 맞춰져야 한다.
셋째, ‘운동’은 반드시 시킨다.
운동이 체력을 기르고 발달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모두 알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운동은 내가 늘 강조하는 ‘성공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현장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운동 학원은 꾸준히 시키고 있다.
물론 흥미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야 한다.
사교육은 그 자체로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분명한 한 가지. 아이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학원’이 아니라 ‘나를 더 이해하는 엄마’일 것이다.
오늘도 나는 아이와 손을 잡고 놀이터로 향한다. 중요한 건 아이의 순간을 이해하고 지키는 것이라 다짐하면서.
<놀이터>
땀이 송글한 목덜미에
지나가던 바람이 살랑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너의 웃음소리
나는 오늘도
너의 미소를 한 숟갈 먹고
꺄륵 웃음을 두 숟갈 삼키고
포동포동 살이 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