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을 멈추는 용기
반응하는 나, 참는 나
나는 오랫동안 누군가의 억지나 부당한 말을 들으면,
‘이건 오해야’, ‘내 의도를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먼저 올라왔다.
그 사람이 내 진심을 몰라준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하고 답답했다.
그래서 애써 설명했고,
감정을 눌러가며 납득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대화는 엇나갔고,
끝내 남는 것은 허무함뿐이었다.
그제야 알았다.
나는 상대의 ‘이성’과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니라,
사실은 감정의 방어벽과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패턴을 JADE 반응이라 부른다.
Justify(정당화), Argue(논쟁), Defend(방어), Explain(설명).
이 반응은 관계 속에서 “자신의 선함과 정당함을 증명하려는 시도”로 나타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JADE 반응은 상대의 비논리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만든다.
감정적인 사람은 대화를 통해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대화를 ‘이기려’ 한다.
그래서 우리가 설득을 시도하는 순간,
이미 그들의 무대 위에 올라서게 된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이해받고 싶었다.
내가 옳은 사람이라는 걸,
나쁜 의도를 가진 게 아니라는 걸
누군가 알아주길 바랐다.
그래서 끝까지 설명을 멈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설명하지 않는 용기가
때로는 가장 단단한 자기 보호라는 것을.
침묵은 패배가 아니다.
그건 에너지의 절약이며,
존엄의 선언이다.
이제는 JADE 대신 다른 방식을 배우고 있다.
멈추고,
관찰하고,
거리를 두고,
선택하는 일.
감정적인 사람은 대화를 원하는 게 아니라,
내 ‘반응’을 원할 때가 많다.
그때는 반응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된다.
이해시키지 않아도 괜찮다.
오해를 풀지 않아도 괜찮다.
내가 소모되지 않는 쪽을 선택하는 것,
그것이 진짜 회복이다.
이제 나는 이해받기보다
스스로를 오해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려 한다.
감정적인 사람 앞에서도
나의 평온을 지킬 수 있다는 건,
세상을 다르게 통과하는 법을 배워가는 일이다.
대화의 끝에서 남겨야 할 것은
정당함이 아니라 평정이다.
그 평정 속에서 비로소,
나는 내 안의 ‘이성’을 다시 믿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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