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연이 이어질 수 없는 이유를 수천, 수만 가지로 설명하려 들면 끝이 없을 것이다.
상대의 잘못, 나의 부족함, 엇갈린 타이밍, 서로 다른 환경, 이해받지 못한 마음들.
그 모든 것을 길게 늘어놓을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 어떤 이유보다 단순한 한 문장이 가장 정확하다.
너와 내가 달랐기 때문이다.
처음엔 같은 사람인줄 알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었고 그건 내 마음대로 부정했다.
나에게 없는 면을 가진 너를 보며 신기했고, 흥미로웠고, 또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다.
너는 빠르게 결정하고 나는 오래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너는 단순함을 좋아했고 나는 사소한 감정까지 살피는 편이었다.
너는 오늘을 먼저 생각했고 나는 내일을 더 크게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 다름은 우리를 끌어당기기도 했지만, 결국엔 밀어내는 힘이 더 컸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너에게 나의 마음을 이해받지 못할거란걸 알기에 다 말하지 못했고 지쳐갔다.
또 너는 나를 이해하려 애쓰다 지쳐 있었겠지,
어디서부터 어긋난 걸까를 생각해보면, 사실 어느 한 순간이 아니다.
작은 균열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손을 잡고 있어도 마음이 닿지 않는 지점에 도달한 것뿐이다.
사람 사이의 거리란 꼭 물리적인 걸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때 알았다.
바로 옆에 있어도 서로의 마음이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멀어진 것이다.
우리가 끝내 이어지지 못한 건 누가 잘못해서가 아니었다.
서로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애정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너무도 진심이었고
그래서 서로의 다른 부분이 더 또렷하게 보였던 걸지도 모른다.
사람을 사랑할 때, 우리는 ‘닮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다.
하지만 ‘닮아간다’는 건 어느 한 사람이 자신을 지워가는 게 아니라
서로 조금씩 중심을 내어주고, 서로를 채워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우리는 그 균형점을 찾지 못했다.
너는 나를 이해한다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억눌렀고,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너에게 변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변화와 억눌림이 반복되면 결국 사랑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
우리의 마지막이 그렇게 무거워진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다름을 무시한 채 사랑이 모든 걸 해결해줄 거라고 믿었던 건
어쩌면 우리의 미숙함이었고, 순진함이었고, 동시에 용기였다.
그리고 그 용기는 끝내 우리를 같은 방향으로 데려다주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너와 나는 끝까지 서로를 좋아했고
그래서 더 오래 붙잡으려 했고
그래서 더 깊이 상처받았다.
누군가는 “좋아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같아도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다르고
상처받는 포인트가 다르고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다르면
그 관계는 언젠가 멈춰 서게 된다.
우리는 그 지점에 도달했을 뿐이다.
그래서 이제야 담담하게 말할 수 있다.
수천, 수만 가지 이유를 붙이지 않아도 된다고.
네 잘못도 아니고, 내 잘못도 아니라고.
우리를 설명하는 가장 솔직한 문장은 단 하나뿐이라고.
우리의 인연이 이어질 수 없는 이유는,
너와 내가 달랐기 때문이다.
이건 누구도 탓하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못다 한 마음에 스스로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모두 실패는 아니듯
너와 나의 끝도 실패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서로의 세계가 이어지기엔 너무 다른 궤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우리의 마지막 예의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더 비슷한 리듬을 가진 누군가를 만나면
나는 나답게, 너는 너답게
조금 덜 아프고 조금 더 자연스러운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세계에서 잘 살아가길.
그리고 우리가 서로 같다고 믿었던 날들의 온도만은
흐릿하게나마 따뜻하게 남아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