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일들

by 래온

단지내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입소 가능하세요.”

기다리던 연락이었는데, 막상 전화를 받은 순간 나는 망설였다.

이미 다니는 곳이 있어 보류해 주세요.”

그 어린이집의 장점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단지 안에 있어서 걸어서 데려다줄 수 있고, 방학도 없다고 했다.

하루 종일 아이를 맡길 수 있는, 현실적으로 완벽한 조건이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속이 잠깐 철렁했다.

아,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걸.전화가 오지 않았다면 좋았을걸.


지금 아이들은 유치원에 다닌다.

적응으로 걱정하던 때가 언제일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이제는 친구들과 선생님과 함께 한 즐거운 시간들을,

자신이 만든 작품을 자랑한다.

그렇게 조금씩 적응해온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기에, ‘옮긴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유치원 가방에 묻어온 아이의 하루들이 나에게는 소중하고, 그 안에 쌓인 시간들은 단순한 ‘기관 선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럼에도 가끔은 현실이 끼어든다.

방학 동안 아이를 어떻게 돌볼지, 직장 일정은 어떻게 맞출지, 조용히 계산기를 두드려본다.

단지 내 어린이집이라면 이런 고민이 덜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스며든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다독인다.

‘괜찮아, 모든 선택엔 아쉬움이 따라오는 거야.’


살다 보면 이런 일들이 참 많다.

어떤 일은 몰랐기에 편했고, 알게 되면서부터 불편해진다.

좋은 정보를 알아서 득이 될 때도 있지만, 가끔은 그 ‘좋음’이 내 현재를 흔들어놓을 때가 있다.

지금까지 괜찮았던 선택이 갑자기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 내 결정이 틀렸던 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은 그 시점의 최선이었다.

그때의 나, 그때의 상황, 그때의 감정이 모여 만들어낸 하나의 결과물이다.

그걸 후회하기 시작하면, 결국 끝이 없다.

새로운 정보를 알 때마다 “그땐 왜 몰랐을까”를 반복하게 되니까.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생각하려 한다.

‘몰랐던 나’도, ‘알게 된 나’도 다 괜찮다고.

어차피 모든 길엔 다른 빛이 있고, 내가 가지 않은 길은 여전히 낯설 뿐이다.

중요한 건 내가 이미 선택한 길 위에서 마음을 단단히 세우는 일,

그 안에서 나와 아이가 편안해지는 법을 찾아가는 일일 것이다.


그 어린이집의 장점은 여전히 머릿속에 맴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아이가 유치원 버스에 타며 손을 흔들 때, 그 웃음이 나를 다시 현실로 데려온다.

‘그래, 지금도 괜찮아.’

몰랐으면 덜 흔들렸겠지만, 알게 되었기에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다.

우리는 이렇게, 아쉬움과 확신 사이를 오가며 조금씩 성장하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인생이란,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일들’을 알아가면서도 여전히 잘 살아내는 과정이 아닐까.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오늘도 나는 아이의 손을 꼭 잡는다.

괜찮아, 지금 이 길도 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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