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내가 가진 걸 모조리 펼쳐보면 분명 부족한 삶이 아니다. 대기업에 다니고, 맞벌이를 하고, 아이 둘을 키우며, 내 명의의 집에서 사는 사람. 누군가의 기준으로는 안정적이고 단단한 삶이다. 그런데도 나는 늘 ‘돈, 돈’ 거리고,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살아간다. 가진 것에 비해 늘 모자라고 불안한 이상한 괴리감. 어느 대화 중 누군가가 말했다. “그건 마음이 가난해서 그래.”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마음이 가난하다는 말. 그 말은 돈이 없다는 뜻도, 여유가 없다는 뜻도 아니다. 내가 가진 것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스스로를 항상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는 상태다. 현실의 조건은 괜찮은데 마음이 뒤처져 있어, 이미 누리고 있는 안정이나 성취를 인정하지 못하는 상태. 나는 아마 오랫동안 그 마음의 빈자리를 당연한 듯 품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수입이 늘어도, 집값이 올라가도, 통장에 숫자가 있어도 항상 곧 무너질 듯 불안했다.
생각해보면 마음이 가난한 건 ‘없어서’가 아니라 ‘있는 걸 못 느껴서’ 오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매달 월급이 들어오면 안도보다 먼저 한숨이 나오고, 아이들이 웃으며 달려오면 순간의 행복보다 당장 해결해야 할 일들이 먼저 떠오른다. 주변을 보면 나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에서도 담담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왜 늘 조급하고 쫓기듯 살고 있을까. 그 차이는 어쩌면 마음의 크기, 마음의 결핍에서 오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마음이 부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거창한 게 필요한 건 아니다. 마음을 부자로 만드는 건 외부의 조건이 아니라 ‘내가 갖고 있는 것에 자리 만들어주기’에서 시작된다. 하루의 작은 수확을 기록해보는 것. 아이가 손을 잡아준 순간을 한 번 더 느껴보는 것. 월급이 들어온 날, 카드값과 고정비가 빠지고 남은 금액을 보며 “그래도 이번 달도 버텼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 아주 단순한 행동들이지만 마음의 체력을 조금씩 키운다.
또 하나는 비교의 끈을 잠시 내려놓는 일이다. 비교는 언제나 내 마음을 갉아먹는다. 남이 가진 걸 볼 때마다 내 마음의 잔고가 줄어드는 기분이 들고, 결국 현실보다 더 가난해 보이는 나를 만들어낸다. 비교를 멈출 순 없겠지만, 적어도 그 순간 ‘저 사람의 삶과 내 삶은 이음새가 완전히 다르다’고 마음속에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달라진다.
마음의 부는 결국 ‘내 삶을 인정하는 힘’이다. 나는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들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다. 가끔 허덕이고 조급해지는 건 살면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스스로를 아끼고, 가진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면 마음은 아주 천천히 부자가 된다.
나는 이제 조금씩 배워가려 한다. 통장의 잔액만 보지 않고 마음의 잔액을 들여다보는 법을. 가진 것을 의심하지 않고, 갖지 못한 것에만 매달리지 않는 법을. 그렇게 마음 안쪽에 작은 여유를 하나씩 쌓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그토록 원하던 ‘마음의 부자’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