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안 틀리는 것처럼 보일 뿐

by 래온

결산 업무에서 실수가 생겼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데, 나는 실수를 했고 고치면 됐지만 실수했다는 사실이 너무 오래 나를 붙잡았다. 나는 원래 실수에 유난히 약한 사람이다. 일이 틀어지면 혼자 삼키지 못하고, 자책이 먼저 나오고, 결국 누군가에게 말을 해야 조금 숨이 트이는 스타일이다. 이번에도 팀원에게 나의 실수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수했고, 마음이 가라앉았다고.우울하다고.

그때 들은 위로가 의외로 오래 남았다. 팀원은 자기 얘기를 해줬다. 본인도 전직장에서 결산하다 실수해서 한참 우울해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때 전 직장 선배가 이런 말을 해줬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안 틀리는 것 같죠? 짬 차서 그래요. 실수가 없는 게 아니라, 실수가 덜 보이게 덮을 수 있는 거예요. 나중에 알게 될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묘하게 마음이 괜찮아졌다. 나는 연차가 꽤 쌓였음에도 여전히 실수 앞에서 초년생처럼 나를 몰아붙인다. 늘 실수 하나가 나라는 사람 전체를 부정하는 증거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항상 더 크게 자책했다. 오래 일했는데도 왜 여전히 이럴까, 하고.

그런데 그 말은 실수를 바라보는 시선을 살짝 바꿔줬다. 시간이 쌓인다는 건 실수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실수를 다루는 기술이 생긴다는 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보이지 않게 정리하고, 수습하고, 넘어가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게 ‘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아직도 배우는 중인 거다. 그리고 조금은 뻔뻔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실수해도 괜찮다고 말해도 된다는 마음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의 실수에는 관대하면서 늘 나에게만 엄격한 나이기에 실수는 여전히 부끄럽고, 여전히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하지만 이제는 거기에 조금 다른 말을 붙여보려고 한다. “괜찮아”까지는 아니어도, “너무 오래 자책하지는 말자” 정도는 허락해주기로 했다. 실수했으니 반성은 하되, 그걸로 나를 벌주지는 말자고.

이번 결산의 숫자는 수정되었지만, 그날 들은 말은 오래 남을 것 같다. 실수해도 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실수한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로. 나에게 너무 엄격해지지 않기로. 그 정도면, 오늘은 충분히 잘 해낸 하루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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