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똑똑하고 능력 있는 동료가 있다.
그는 종종 회사 일이 재미없고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다시 책상 앞에 앉히는 힘은 의외의 감정에서 나온다고 했다. 바로 분노라고.
처음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분노라니. 일을 더 잘하기 위한 감정으로는 어딘가 거칠고 불완전해 보였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회의 자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혹은 누군가의 어설픈 판단을 보며 그는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했다. 왜 저렇게 일을 할까. 더 나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저건 분명 비효율적인데. 그 질문이 쌓이면 어느 순간 마음속에서 뜨거운 감정이 인다고 했다. 답답함, 아쉬움, 그리고 ‘나는 더 잘할 수 있는데’라는 생각. 그때 분노는 체념이 아니라 연료가 된다.
누군가는 가족을 떠올리며 버틴다. 누군가는 통장 잔고를 생각하며 오늘을 견딘다. 또 누군가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 혹은 실패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이 하루를 밀어 올린다. 저마다의 삶에는 각기 다른 원동력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비슷하게 출근하고,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표정으로 퇴근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심장이 뛰고 있는 셈이다.
나는 문득 나를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재미도, 열정도, 사명감도 희미해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 나는 무엇으로 다시 일어나는가. 비교심일까, 인정 욕구일까, 아니면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일까. 어쩌면 나 역시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을 연료 삼아 하루를 굴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분노라는 감정은 흔히 부정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방향을 잘 잡으면 그것은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드는 힘이 되기도 한다. ‘왜 저렇게 하지?’라는 질문이 ‘그렇다면 나는 이렇게 해보자’로 이어질 때, 분노는 파괴가 아니라 창조가 된다. 남을 향한 비난으로 머무르면 소모되지만, 나를 향한 다짐으로 바뀌면 축적된다.
결국 중요한 건 감정의 종류가 아니라 그 감정을 어디로 흐르게 하느냐일 것이다. 가족이든, 돈이든, 자존심이든, 분노든. 각자의 원동력은 다르지만 그 힘을 통해 오늘을 조금 더 성실하게, 조금 더 새롭게 살아낼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루하루가 꼭 즐겁지 않아도 괜찮다. 대신 나를 움직이게 하는 그 무언가를 스스로 알고 있다면, 우리는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저마다의 불씨를 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삶은 생각보다 단단하고, 또 조금은 재미있어질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