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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스툴 만들기

목공일기 #6

by 참새 목공소

2월 한 달간 틈틈이 만들어 완성시킨 좌충우돌 + 내 멋대로 스툴 제작기를 써보겠다.

선생님께서 서바이벌 목공(=가사에 필요한, 필요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도움이 되는 가구를 제작해 가정의 평화를 지키고, 지속가능한 목공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공)으로 뭔가를 만들 때가 됐다고 하셨고 이래저래 스툴을 만들게 되었다.

1. 디자인 고르기

핀터레스트에서 맘에 드는 스툴 디자인을 찾다가 이것으로 골랐다.

출처: 핀터레스트

이유는,

- 예뻐보였고(금자씨가 그랬다, ‘예뻐야 해 뭐든지’)

- 그동안 배운 여러 가지 맞춤을 써먹을 수 있고

- 상판과 다리의 결합이 특이해서(반턱맞춤 같으면서도 사선으로 튀어나온 특이한 결합)

그래서 한번 해보면 재밌을 것 같았다.

(그때는 그랬다…)



2. (내 멋대로) 도면 그리기

디자인을 골랐으나, 정해진 치수가 없으니 완성된 스툴을 상상하며 대략적인 사이즈를 정하고 거꾸로 각 부재들의 크기나 세부사항을 대충 그려보았다. (이때의 ‘대충’이 나중에 큰 재앙이 되었다ㅎ)

내멋대로 스툴 도면 (좌 하단 ‘내 수학 실력의 성장’과의 싱크로율)

문제는 스툴의 다리가 수직이 아닌 사선이라서 다리의 각도나 길이에 따라 상판의 크기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몇십 년 만에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써서 직각 삼각형의 빗면인 스툴 다리의 적당한 길이를 구해보았다.

온갖 잡 수학 지식이 다동원됐다

상판의 크기와 하단 받침 크기, 상판까지의 수직 높이를 적당하게 정했으니 그걸로 빗면의 길이를 피타고라스 정리로 구할 수 있었다.

근데 빗면의 각도를 정확하게 구하지 않은 게 뒤에 가서 재밌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3. 부재 준비

여차저차 도면(?)의 치수대로 부재를 재단했다. 여기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게 각재를 정사각형으로 재단해야 하는데 자동대패를 많이 써보질 않아 잘 못하고 그래서 도움을 받으며 여차저차 깎고 또 깎고 하다 보니 원래 생각했던 40mm 두께보다 한참 얇아진 30mm가 됐다.

왼쪽이 재단을 마친 다리용 각재
부재 준비도 쉬운게 없다


4. 마름질

이제부터 조립을 위해 각 부재에 금을 긋고 가공을 해

나가야 한다. 먼저 금 긋기인데, 가장 핵심은 다리의 빗면이다. (85도였는지 80도였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자유자를 이용해 균일하게 빗면의 각도로 마킹을 하고 필요한 곳에는 칼금을 넣었다.

다리와 밑 부분 받침이 만나는 빗면 각도가 가장 핵심이다


자유자로 각도를 고정해 부재마다 각을 복사해 옮긴다


마킹을 하고 칼금까지 넣은 상태


다리 네개, 하단 받침 두개 마킹 완료



4. 가공

우선 이 스툴은

- 하단부(+자로 만나는) : 반턱맞춤

- 다리와 하단부 결합 : 브라이들(bridle) 조인트

- 다리와 상판 결합 : 반턱맞춤 비스무리한(?) 조인트

세 가지 정도의 조인트, 결구법을 사용해 조립/결합을 해야 한다.

1) 하단부

먼저 하단부는 +자 모양은 반턱맞춤으로, 양 끝은 다리와 결합을 위해 브라이들 조인트 촉으로 가공해야 한다. 먼저 테이블쏘로 반턱을 날리고 끌로 마무리를 했다.

테이블쏘(썰매 지그)로 따낸 반턱


공방 실장님이 ‘반턱용 지그 왜 안쓰셨어요?’ 라고 물어보셔서 ‘그게 뭐예요?’ 알고보니 배웠던거다ㅠ 안쓰면 까먹어…


반턱 가공후 결합. 꽤 잘 맞았다.


반턱맞춤은 크게 어렵지 않고 또 끌로 잘 마감할 수 있다는 나름의 자신감(?)이 있어서 잘 해냈다.

문제는 양쪽 끝의 브라이들 조인트의 촉(튀어나오게 남기는 부분) 가공인데, 30mm 각재라 10mm로 3등분해서 가운데만 남기고 양쪽을 날린다. 날릴 때 테이블쏘도 써보고 밴드쏘도 써서 가공해 봤다. 어차피 마무리는 끌로 해야 하지만, 여러 방법을 다 해보는 건 너무 좋은 것 같다.

브라이들 조인트 촉. x부분을 날리면 된다


왼쪽이 테이블쏘, 오른쪽이 밴드쏘


어차피 마무리는 끌로


끌작업이 남은 하단부


2) 다리 하단부 브라이들 조인트 가공

다리와 하단부는 브라이들 조인트로 결합되는데, 하단부가 촉으로 가공됐으니 다리는 반대로 촉이 들어갈 수 있도록 가운데를 날려야 한다.

먼저 양쪽 끝 빗면을 테이블쏘+지그를 이용해 날리고, 3등분 중 가운데 부분을 밴드쏘로 따내고 끌로 마무리했다.

테이블쏘 사선 가공용 지그


다리 하단부 브라이들 조인트


이날 끌을 갈아서 끌 작업이 잘됐다


오와 열!


3) 다리와 하단부 결합 : 브라이들 조인트

짜맞춤에서 가장 설레는(?) 조립의 시간, 하단부 촉에 네 다리를 하나씩 끼워본다.

두 다리는 빗면인데도 안쓰러질 정도로 딱 맞았다


브라이들 조인트 (바닥 부분)


제일 잘 된 부분만 찍어놓았다ㅎ


세개째


두 개는 딱 맞고, 나머지 두 개는 약간 헐렁했지만 가조립한 상태로도 다 서있을 수 있을 정도로 나쁘지 않았다.

5. 비상!!! 비상!!!!

올 것이 왔다…

이제 네 다리 위에 상판을 놓으면 되는데,

도면을 대충 그리다 보니 상판 크기를 정할 수 없어서 다리 윗부분을 먼저 만들어 꽂고, 이 네 다리가 만들어내는 윗부분(가상의 정사각형 공간) 크기대로 상판을 재단하려고 한 것이다.

문제가 여기서 터졌다. 다리 네 개를 가조립하고 나니 다리 윗부분이 만들어내는 정사각형 공간이 200mm가 채 되지 않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툴인데… 엉덩이 한쪽도 못 걸치게 생긴 것이다.

상판이 들어갈 윗부분 공간이 손바닥만했다 ㅋㅋㅋㅋ



6. 계획 (전면) 수정

대안을 생각해 보니, 두 가지가 있었다.

- 그냥 그대로 쬐깐한 상판을 올린다

: 스툴(x), 화분 받침(o)

- 다리 윗부분을 잘라서 상판 공간을 늘린다

: 스툴(o), 앉으면 무릎 아작남(o)

그러던 차에 공방 선생님께서 들으시고 껄껄 웃으시더니 다리 윗부분을 촉으로 만들어 상판에 관통시키는 게 어떻냐고 하신다.

계획 전면 수정. 사실은 무계획 & 수습


반박불가…


다음 편에서 계속…

#매리앤우드 #참새목공소 #목공 #스툴 #짜맞춤 #반턱맞춤 #브라이들조인트 #스툴만들기 #가구제작 #가구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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