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풍
지난 일요일 초등학교 동기들과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장소는 안동 하회마을. 나는 예전에 두 번 가 본 적이 있지만, 친구들과 함께 오니 또 다른 풍경처럼 느껴졌다.
맑은 가을 하늘과 고운 단풍은 마치 우리를 환영해 주는 것 같았다. 1년에 한 번 만나는 친구들.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다들 살아온 세월만큼 온기가 묻어나는 얼굴들이다. 어느새 머리엔 하얀 서리가 내려앉고, 눈가의 주름은 지난 시간을 말해준다.
앞서 나란히 걸어가는 친구들은 하나같이 뒷짐을 지고 걸어가고 있다. 그 모습이 우리를 또 웃게 했다. 다들 뒷짐을 지고 걸으면 편안하단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구나 싶다. 그래도 웃고 떠들고 장난치는 모습은 옛날 그때 초등학생 그대로다.
입구 장터를 둘러보고 티켓을 사서 마을 골목길을 걸었다. 늦가을 오후의 햇살이 뜨거웠다. 나는 선글라스를 쓰고 겉옷을 벗어 들고 걸었다.
조선 시대 양반과 서민이 함께 살던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고,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는 집도 있다. 기와집과 초가집, 돌담 너머에 노랗게 익은 모과, 아직 수확하지 않은 새하얀 목화꽃까지. 푸른 하늘 아래 이 모든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강둑을 따라 걸었다. 강 안쪽에 자리한 하회 마을. 멀리서 보면 강물이 품을 벌려 마을을 포근히 감싸 안고 있는 듯하다. 마치 어머니의 품처럼 말이다.
마을을 한참 둘러보다 배추밭 옆에서 짚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분이 "이게 뭐 만드는 건지 알아 맞혀보라"고 했다. 우리는 '이엉', '용마루', '용마름'이라고 말했지만, 모두 아니라고 했다. 그분은 환하게 웃으며 "치킨 하우스"라고 했다. 우리는 일제히 '닭집?' 하고 되물었다. 그러니까 '닭둥우리'를 만드는 거였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짧게 만들어 뒤집어서 닭이 알을 낳을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된다고 했다. 설명을 듣는 순간, 어린 시절 우리 집 닭장에 있던 닭둥우리가 떠올랐다.
우리 모두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추수가 끝나면 볏짚으로 초가지붕에 이엉을 얹고, 맨 꼭대기에 용마름을 올리던 풍경 속에서 자랐다.
그 장인의 손길을 지켜보며, 마을의 초가집들을 바라보니 잠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옛 동무들과 함께한 가을 소풍. 그 하루는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세월은 흘러도, 마음이 기억하는 풍경은 늘 그 자리에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