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처럼 나이 들고 싶어

제주 가을여행

by 양정회

딸과 함께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다. 국내든 해외든. 딸은 나의 여행 친구다. 서로 잘 맞는 편이다. 지인들은 가끔 의견 대립으로 싸우지 않느냐고 물어볼 때도 있다.

하지만 서로를 잘 아니까 조금씩 배려하면 별로 싸울 일은 없다.


재작년 시월, 딸과 함께 제주로 여행을 떠났다.

제주는 거의 매년 찾는 곳이다. 우리는 정해진 공식처럼 차를 렌트하고 운전은 늘 딸이 맡는다.

많이 돌아다니기보다 '쉼'을 가운데 둔 여행을 한다.


그날도 은빛 억새들이 덩실대는 금오름을 오르고, 바다 전망이 좋은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후 이호테우 해변에 들렀다. 사람들 사이에 우리도 맨발로 모래 위를 걸었다. 모래 위에 남은 우리의 발자국을 바닷물이 금세 지워버렸다. 발바닥에 닿는 모래는 부드러웠고, 바다는 가을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그때 딸이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 나도 엄마처럼 나이 들고 싶어"


나는 말없이 딸의 손을 꼭 잡았다. 맞잡은 손이 더 따뜻했다. 바닷바람이 가볍게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갑작스러운 말 한마디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지난해 공저 책과 전자책이 나왔을 때도 딸은

"엄마 멋있다"라고 말했다.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다. 힘이 나는 말이다.

여행지 숙소에서 챌린지 글을 쓰고 있으면, 딸은 그 모습을 사진 찍어 가족 톡방에 공유한다.

'작가님 글 쓰는 모습입니다.'

짧은 설명까지 덧붙여서.


그날 이호테우 바닷가에서 딸이 건넨 한마디는, 지금도 내 삶의 등을 가만히 밝혀 주는 말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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