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다 왔습니다

킬리만자로 트레킹

by 양정회

2019년 7월, 아프리카 여행 중 킬리만자로 원데이 트레킹에 나섰다.

마랑구 게이트에서 만다라 산장까지 왕복 24km, 하루 코스였다.


나는 가볍게 생각하고, 짐도 줄일 겸 부피가 큰 등산화 대신 운동화를 챙겼다.

하지만 가이드는 내 신발을 보더니 일반 운동화로는 안 된다고 했다. 나 말고도 운동화를 신고 온 사람이 몇 명 더 있었다.

결국 입구 근처 등산 용품 대여점에서 등산화와 스틱을 빌렸다.


입구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가이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앞서 가는 포터의 등짐에는 우리 도시락이 들어 있다고 했다.


등산로는 생각보다 완만했다. 울창한 숲길에는 촉촉한 공기가 감돌았다. 나뭇가지 위에는 두터운 이끼가 쌓여 있고, 덩굴과 가지들이 서로 얽혀 늘어져 있었다. 한국의 산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타잔처럼 덩굴을 타고 놀아도 되겠다는 엉뚱한 상상까지 했다.


가이드는 등산로 바닥에 모여 있는 독개미를 조심하라며 계속 주의를 주었다.

오르다 마주치는 사람과 "잠보!"하고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드디어 만다라 산장 도착해 점심을 먹고 하산을 시작했다. 나는 산을 오를 때는 늘 선두지만, 내려올 때는 거의 꼴찌다. 발이 앞으로 쏠리면서 발가락이 아팠다. 발이 불편해지자 내려오는 길은 더 멀게 느껴졌다.


가이드에게 얼마나 남았냐고 물을 때마다 그는 늘 같은 대답을 했다.

"거의 다 왔어요."

우리나라 산행에서도 흔히 듣는 말이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상까지 오르는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루 트레킹도 내게는 버거운 도전이었다. 올라갈 때는 잘 몰랐는데, 내려오면서 확실해졌다.

내 신발이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 두 번째 발톱이 시커멓게 변하더니 결국 빠져버렸다.


맑은 공기, 처음 보는 식물들, 그리고 여행 속에서 만난 사람들.

조금 창피하고 꽤 험난한 경험이었지만, 지금은 고맙다.

"거의 다 왔습니다."

그 말과 함께 킬리만자로의 풍경이 내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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