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너머의 시간

시간

by 양정회

어젯밤, 돋보기의 콧등 지지대가 부서졌다.

이제 돋보기는 내게 필수품이다. 돋보기가 없으면 책도, 글도 읽고 쓸 수 없다.


오늘 안경점에 들른 김에 돋보기를 하나 더 맞췄다. 이로써 내 돋보기는 세 개가 되었다.

책상 위에 하나, 침대 머리맡에 하나, 그리고 화장실에 하나.

이제 집 안에서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진작 이렇게 할걸, 싶은 마음이 든다.


젊은 시절 현직에 있을 때의 일이다.

교장실에 결재를 받으러 들어가면, 책상 앞에 앉아 계시던 교장선생님은 늘 안경 너머로 눈을 치켜뜨고 문 쪽을 바라보셨다.

그때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교장선생님은 왜 항상 저렇게 쳐다보실까?'

솔직히 그 시선이 썩 달갑지 않았다.


노안이 와서 내가 돋보기를 쓰게 된 뒤에야 그 이유를 알았다.

책을 들여다보다가 누군가 부르거나 인기척이 나면, 나 역시 돋보기 너머로 그쪽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봐야 비로소 인생의 장면들이 이해되는 것 같다.

그때는 몰랐던 마음을, 시간은 천천히 가르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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