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2019년 추석 연휴, 우리는 베트남 푸꾸옥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해 처음으로 명절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 미리 성묘를 하고, 연휴에는 가족끼리 하고 싶은 일을 하기로 했다.
온 세상이 다 바뀌어도 우리 집만은 그대로일 거라 생각했었다.
명절 연휴에 여행을 간다는 건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했고, 솔직히 부럽기도 했다.
숙소 앞바다는 마치 나를 품어주는 것 같았다. 잔잔한 파도, 끝없이 펼쳐진 고운 모래밭, 그리고 얕고 투명한 바다.
패들 보트를 타고 힘껏 노를 저어 가고 있으면, 뒤에서 딸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엄마 멀리 가면 안 돼."
물살은 얌전하고 햇볕을 받아 반짝였다.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투명했다. 사람도 많지 않아 마치 바다를 통째로 전세 낸 기분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걱정도, 시간도, 멀리 있는 일상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바다에서 실컷 놀다 지치면 야자수 아래 해먹에서 낮잠을 청했다.
모래사장을 걷다가 뛰다가, 뒤따라오는 발자국에 잡힐까 봐 다시 물속으로 몸을 숨기기도 했다.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그날의 푸꾸옥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었다. 잔잔한 물살과 따끈따끈한 햇볕, 고운 모래와 투명한 바다가 한 페이지의 추억을 가득 채워 주었다.
사실 그동안 나는 설과 추석 명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대가족을 위한 음식 준비로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해 이후, 명절은 전혀 다른 의미가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이렇게 편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이제는 나에게 명절이란 여행을 떠올리게 하는 설레는 단어가 되었다.
그날 푸꾸옥의 바다는 나에게 작은 용기를 주었다.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삶도, 마음먹으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