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탕탕이
어제 오후 늦게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저녁 뭐 먹을래?"
나는 시큰둥하게 말했다.
"별로 안 먹고 싶은데."
그럴 때마다 나를 단번에 일으켜 세우는 메뉴가 있다.
"낙지 탕탕이 어때?"
두 말할 것도 없었다. 나는 낙지 먹으러 가자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다.
지난해 여름, 금어기가 지났는데도 우리가 자주 가는 단골 낙지집은 한동안 문을 열지 않았다.
날씨가 너무 더워 낙지가 뻘 밑에서 아예 올라오지 않는다고 했다.
몇 년 전, 오로지 낙지를 먹기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목포와 무안까지 다녀온 적도 있다.
무안 낙지골목에 들어서는 순간, 입이 저절로 벌어졌다. 세상의 낙지가 모두 이곳에 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낙지가 가득 담긴 커다란 빨간 고무통들이 골목 가게마다 줄지어 있었다.
낙지 탕탕이는 둘이 가도 가장 큰 사이즈를 주문한다. 참기름에 콕 찍어 입에 넣으면 쫄깃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맛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여기에 낙지호롱구이 한 접시를 더하면 금상첨화다. 매콤 달콤한 양념에 불맛까지 더해지면, 입은 계속 먹고 싶은데 배가 불러서 항복할 수밖에 없다.
동네 단골 식당에서 낙지탕탕이를 먹을 때마다 우리는 어김없이 그때의 무안 낙지골목 이야기를 꺼낸다.
남편은 올봄, 꽃구경도 할 겸 다시 무안에 가자고 한다. 그 말 한마디에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인다.
한 끼 식사를 위해 길을 나섰던 그날처럼, 어쩌면 인생도 그렇게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곳으로 떠나보는 여행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