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여행
시간이 멈췄으면 했던 순간, 몰타에서의 한 달이다. 설렘과 호기심, 그리고 두려움을 안고 떠난 해외 한 달 살기 겸 어학연수. 내 인생에서 처음 해보는 도전이었다.
몰타에서 맞는 첫날 아침, 나는 해변 산책로의 풍경을 마음속 큰 도화지에 천천히 스케치했다.
해변가를 따라 길게 늘어선 야자수, 어디선가 풍겨오는 빵 굽는 냄새는 코끝을 간지럽혔다. 동쪽 하늘의 구름은 시시각각 다른 색으로 갈아입고,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들과 선착장에 빼곡히 정박한 요트들,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그 모든 장면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다가왔다.
볼에 와닿는 바람결이 몸을 가볍게 했다.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자주 가는 서프사이드 레스토랑에 들렀다. 늘 아래층 창가 자리에 앉았다. 창밖으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해안가의 웅덩이처럼 생긴 자연 풀장에서는 사람들이 물놀이 즐기고 있었다. 피자와 샐러드, 치킨, 그리고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허기를 달랬다.
식사를 마친 뒤 해안 산책로를 걷다가, 우리는 양말을 벗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지중해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차갑지 않은 딱 좋은 온도였다. 발바닥에 와닿는 모래와 자갈, 맨들맨들한 바위의 촉감이 우리의 기분을 한껏 끌어올렸다. 여러 가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친구들이 나보고 발레 포즈를 해보란다. 얼떨결에 동작을 취했다.
친구들은 '와, 멋있어' 하며 웃었다.
처음 먹어본 몰타의 전통 요리, 토끼 스튜는 삼계탕의 닭고기처럼 담백하고 고소했다.
시니어 학생증 덕분에 '기사단장 궁전'과 맥주 양조장 '파선스 브루어리' 입장권을 할인받았을 때는 뿌듯했다.
수도 발레타 야경은 갈 때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다. 분수 앞 거대한 관람차가 돌아가고 크리스마스 마켓의 불빛이 하나둘 켜지면 우리의 마음도 야경 속으로 빠져들었다.
발레타 거리에서 버스킹하는 아저씨와 함께 불렀던 아리랑, 대성당 앞 계단에 앉아 햇볕 쬐며 나누던 간식도 잊히지 않는다.
고요한 임디나의 골목길, 고조섬의 염전, 그리고 블루라군에서 본 선셋까지. 그 모든 순간이 그리움이 되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흘러갔다. 나는 그곳의 시간을 멈춰 세우고 싶었다.
시간은 흘러갔지만 그 순간을 품은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