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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쿠 Oct 27. 2024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재수생일 때 생긴 위장병에 듣는 유일한 한약을 사러 낯선 한의원에 방문했다.

내 말은 하나도 듣지 않고 본인 말만 쏟아내는 한의사. 한의사의 말을 흘려듣다가 "환자분은 체질적으로 수영이 맞아요 수영을 하세요"라는 말에 꽂혀 덜컥 수영을 시작하게 됐다.


수영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운 좋게 집 근처 수영장에 새로운 왕초보반이 개설되었고 바로 등록해 버렸다.

열심히 수영용품을 사고 수영장에 가기만을 기다렸는데 생리가 터져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며칠 빠지게 됐다. 1n 년 전에 수영을 배웠으니 며칠 빠져도 큰 티는 안 날 거야라고 자만했다. (그러지 말걸)


오랜만에 방문한 수영장은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리고 내 실력도 낯설었다.

숨쉬기와 발차기 모든 것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아 나 너무 잘해서 배웠던 사람인게 티가 나면 어떡하지?'라고 고민했던 게 무색하게 정말 수영장에 처음 온 사람 같았다. 


하지만 모든 배움이 그렇듯이 처음엔 너무 신났고, 재밌었고,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이렇게 재밌는 운동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재밌었다. 강습 시간 1분 1초가 아까웠으며 한 바퀴라도 더 돌고 싶어서 열심히 헤엄쳤다. 늦잠을 잔 날에는 10분이라도 수업을 듣기 위해서 뛰쳐나가기도 했다. 


2n 년 만에 뒤늦게 나와 맞는 운동을 찾은 짜릿함이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수영에 빠졌고 주변 지인들에게 수영의 매력을 열심히 어필했다. 반응은 차가웠지만 내 마음은 뜨거웠으니까 괜찮았다. 그리고 결국 지인 3명을 꼬드기는 데 성공했다.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한다니! 이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 


수영이 도대체 뭐길래?라고 궁금하신 분들은 꼭 강습 수영을 들어봤으면 좋겠다. 

물에 들어가는 순간 알 수 있을 것이다. 수영의 매력은 물 밖에서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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