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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c letter Oct 04. 2024

엎친 데 덮친 격

좋은 일과 나쁜 일은 같이 오기를

한 달이 지나, 일을 다시 해보고 싶었다. 어찌 보면 쉬는 것도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뭔가 영혼 없이 빈 껍데기만 남은 기분이었다. 삶에 뭔가 비어있는 느낌, 다시 어떤 것에 열정을 가지고 해보고 싶고 일을 하고 싶었다. 오히려 일을 좋아하는 나는 어떤 일이든 그 일에 대한 보람이 크고 그게 더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 해볼까 한 순간 키우던 고양이가 당뇨 판정을 받았다. 안 그래도 사람이 없는 집에 사람이 꼭 필요한 순간이 되었고 돈을 신경 쓰지 않는 나도 이렇게 쉬면 안 될 것 같은데 병원비도 아기 몸에 달고 있는 혈당기도.. 시간대마다 그램 수를 측정해서 밥을 먹이고 인슐린 주사를 놔야 되는데 난 괜찮은데 힘들어하시는 엄마 모습을 보니 배로 힘듦이 커졌다. 요새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는지 잠도 밥도 일 끝나고 돌아오시면 어지러워서 누워계시는 경우까지 나에게는 한 달만 더 쉬면서 애기 좀 봐라 하시지만 나에게는 그게 그것이 아니다. 요새 삶이 재미도 없고 낙도 없고 다 귀찮고 하다는 말씀이 혹시나 우울이란 감정은 아닐까 너무 걱정이 되었다. 나만큼은 절대로 무너지지 말자 하면서 괜찮다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말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책을 더 찾고 있다. 이상하게 책을 읽으면 오히려 복잡했던 머리가 더 가벼워진다. 지금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애기도 엄마도 동생도 다 괜찮다 만들어 주고 싶다. 그렇게 할 것이고 그럴 것이다.


세상에 모든 일은 좋은 일이 있으면 힘든 일도 있는 거고 모든 구름 뒤에는 햇빛이 있듯이 분명 더 좋은 일이 오려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믿는다. 이 순간을 잘 극복하고 더 좋은 일을 맞이하기를 누구보다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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