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아주 작은 변화가 있었다

by 새벽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관계가 갑자기 편해진 것도 아니고, 불안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 여전히 나는 말을 꺼내기 전에 망설였고,
마음이 먼저 흔들리는 순간도 많았다.


그런데 아주 작은 변화가 하나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갔을 장면에서 나는 잠시 멈췄다.


상대의 말이 조금 걸렸을 때, 예전 같았으면 ‘내가 예민한 거겠지’ 하고 혼자서 정리해버렸을 텐데.

그날은 마음을 재단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괜히 의미를 덜어내지도 않고, 괜히 합리화하지도 않고,
‘아, 지금 조금 불편했구나’ 하고 그 감정을 그냥 인정했다.

그게 전부였다. 말로 꺼내지도 않았고, 상대에게 설명하지도 않았다. 다만 내 마음을 없는 것처럼 취급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 작은 태도 하나가 생각보다 오래 남았다. 불안이 올라올 때마다 예전처럼 곧바로 나를 탓하지 않게 되었고, 관계를 조정하기 전에 먼저 내 마음의 위치를 확인하게 되었다.


‘이건 내가 예민한 걸까’가 아니라 ‘이건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를 묻기 시작했다.


관계는 여전히 조심스러웠다. 상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상황도 비슷했다.

하지만 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불안을 느낀다는 이유로 마음을 줄이지 않았고,
상처받을까 봐 나 자신을 숨기지도 않았다.

그 차이는 겉으로 보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누가 옆에서 봤다면 아무 변화도 없다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전의 나는 관계를 지키기 위해
나를 먼저 놓아두는 사람이었고, 지금의 나는
관계를 고민하면서도 나를 완전히 밀어내지는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아주 사소한 변화였지만, 그건 분명 되돌릴 수 없는 방향이었다. 불안은 여전히 관계의 문 앞에서 나를 멈추게 하지만, 이제는 그 불안이 나를 안쪽으로만 밀어 넣지는 않는다.


나는 여전히 불안을 데리고 관계를 한다. 다만 그 불안을 이유로 나를 지우지 않는 연습을 조금씩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변화는 이렇게 시작되는 게 아닐까.크게 달라지지 않아도, 눈에 띄지 않아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조용히 결정하는 것.


그날 이후로 나는 가끔 그 작은 변화를 떠올린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아주 짧게 말해준다. 이번에는
나를 두고 가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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