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아무도 몰랐지만 나는 계속 버티고 있었다.

by 새벽

살다 보면 아무도 모르는 시간이 있다. 겉으로 보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보였던 날들. 특별히 힘들어 보이지도 않고 크게 달라진 것도 없어 보였던 시간.



하지만 그 안에는 조용히 버티고 있었던 마음이 있다.
나는 종종 그런 날들을 떠올린다.




누군가에게 설명하지도 않았고 굳이 말로 꺼내지도 않았지만 분명히 나에게는 쉽지 않았던 날들. 아침에 눈을 뜨는 것만으로도



조금 버거웠던 순간, 괜찮은 척 하루를 시작했던 시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던 장면들.
그때의 나는 잘 살아내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어떻게든 하루를 끝내는 데에 모든 힘을 쓰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그런 날들은 대부분 기억 속에서 조용히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보통 눈에 띄는 순간들만 기억한다. 잘 해냈던 날,
기쁘게 웃었던 날, 누군가에게 인정받았던 시간. 하지만 생각해 보면 삶의 대부분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날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사이에서 우리는 계속 살아간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방식으로. 나는 이제
그 시간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려고 한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분명히 내가 지나온 시간이라는 것. 그날의 나는 완벽하지 않았고 당당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종종 대단한 변화가 있어야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변화는 아주 조용하게 일어난다. 어느 날 문득
예전보다 덜 흔들리는 자신을 발견하거나,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하게 되거나, 나를 다그치는 말이 줄어들었을 때.



그런 작은 차이가 사실은 오랜 시간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완전히 괜찮은 사람은 아니다.



여전히 가끔은 이유 없이 마음이 내려앉고 예전의 생각들이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덜 두려워한다.



지나온 시간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많은 날들을 버텨왔고 그 시간들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와 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사실을 조금 더 분명하게 인정해주기로 했다. 아무도 몰랐을지 몰라도 나는 계속 버티고 있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나는 하루를 끝까지 지나왔고
그 시간들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어쩌면 삶은
크게 달라지는 순간보다 이렇게 조용히 버티는 시간들로
조금씩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의 나는 예전의 나에게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잘하고 있었다고. 아무도 보지 않았어도 그 시간들은
분명히 의미가 있었다고.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도 같은 말을 해주려고 한다.
오늘도 나는 계속 살아가고 있다고.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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