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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May 09. 2022

김이사의 부동산 월드 5 - 두 여자의 갈등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순간은 영원할 것 같지만 절대 영원한 것은 없다.

 

단 하나 영원한 건 부모의 사랑? 이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언젠가 남편은 딸이 애정관계로 가슴 아파할 때,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남자는 아빠란 존재밖엔 없어. “

 

라고. 그 이야기를 들은 딸은 별로 감흥도 없는지 귓등으로도 안 듣는 눈치였지만, 나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

 

여하튼, 부동산을 시작한 두 여자의 이야기를 계속해보도록 하자.

우리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고, 생각지도 않은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언니. 난 큰 욕심 없어. 한 달에 50만 원만 벌면 돼. 그거면 내 주전부리할 용돈은 되거든”

 

-이라고 했던 동업자는 밀려들어오는 일과 벌어들인 돈에 정신을 못 찰 정도였다, 용돈 50만 원을 대단히 여기던 그이는 백화점 명품코너에서 남편 재킷 정도는 편안히 살 정도로 성공했다.

 

불교를 믿는 동업자가 용하다는 무당에게 추천받아 시작한 일이 잘 되자 우리는 들떴고, 더 열심히 일을 했다.

 

하지만 일을 계속하면 할수록,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생겨났다.

 

첫 번째 문제는, 우리 둘 다 아주 평범한 가정주부이자 두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였다는 것이다.

 

동업자는 아들과 딸을 키웠고, 그녀의 마술의 세계에 빠진 아들의 비둘기 똥을 치우는 일까지 해야 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비둘기도 급이 있는데 너무 싼 비둘기를 사서 도통 말을 안 듣는다며 투덜대기까지 했다.)

 

우리 집도 만만치는 않았다. 큰아이는 항상 상급학교로 갈 때 사건을 일으켰다. 중학교 1학년 때는 같은 반 남자애랑 싸워서, 고1 때는 같은 반 여자애랑 지하철역에서 몸싸움을 해서 학교로 불려 갔다. 난리도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성격에 상관없이 청소년기는 딱히 이유가 없이도 기쁘고,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혼자 아픈 나이의 아이들을 키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뿐이겠는가? 조금만 쉬었다 하면 파도처럼 밀려드는 집안일도 결코 무시하지 못했다.

 

이렇게 일과 가정사를 동시에 돌보다 보니 점점 힘이 부치기 시작했고. 연달아 두 번째 문제가 터졌다. 바로 동등하던 두 여자의 사이가 주종관계로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사무실의 오너를 맡고 있는 그녀와 직원인 나 사이에 돈과 시간 등의 민감한 문제가 생기자, 사이는 예전과 같지 않게 되었다. 시작부터 위계가 있던 사무실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했지만, 풀리지 않는 골은 모르는 새 점점 깊고, 넓어졌다.

 

이렇듯 여러 일을 겪으면서도 돈 보는 재미에 죽기 살기로 버텼으나- 그게 끝이었다.

일을 시작하고 2년 후, 나는 그녀와 결별을 했다.

 

그 이후에도 잠시 휴식을 갖은 후 나는 다시 다른 곳에서 경력자로서 당당히 일을 다시 시작했고, 그녀는 얼마 안 지나 가게를 정리하고 집으로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식이 없는 걸 보아, 그녀가 부동산에 다시 입문을 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지금쯤 뭘 하고 지내고 있을까? 이따금 그녀의 생각이 나곤 한다.

 

또한 생각한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구나.

없는 와중에 굳이 하나 꼽자면, 자식 위하는 부모의 마음 정도뿐이라고 말이다.

 

2022.04.16. 드레스룸 한 귀퉁이 나의 공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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