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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둘레 안의 이야기-천장의 무늬

그런대로, 잘 산다

by Copybara

내 방 천장에는 이상한 무늬가 있다.

어렸을 때 신나서 목검을 크게 휘두르다 천장을 긁어 버렸다.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일이라 새하얀 천장과 검은 무늬의 대비는 더 컸다. 부모님께서 눈치채고 혼내시면 어쩌지, 전전긍긍했던 기억이 있다. 다행인지, 부모님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방 천장을 볼 때면 저 무늬가 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문득 걱정과 천장의 무늬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어딘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생각만큼 큰일로 다가오지는 않는 그런 것들. 마음에 있는지 천장에 있는지의 차이일 뿐인, 검은 칼자국 모양의 무언가.


나는 여기 사는 한 줄곧 저 무늬를 보겠지.

크고 작은 걱정을 다독이는 철없던 나의 손짓 같은.

근데 사실, 걱정이란 건 저 무늬보다도 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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