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소드 #8. "한국말 못하는 카피라이터"

광고를 광고합니다

by Copybara

머리가 어질어질할만큼 많은 동영상과 사진이 뒤섞이는 인스타그램. 다 보고 나면 '내가 뭘 본 거지'하면서 어쩔 수 없이 보게 되는 건 왜일까요? 인스타그램뿐 아닙니다. 길거리에도 유튜브도 온통 전광판과 볼거리 투성입니다. 콘텐츠가 불어 터지는 이 시대, 광고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기억에 남으려면, 뭐라도 하나가 달라야겠죠.



[ 한국말 못하는 카피라이터 대기중 ]


오늘도 영혼 없이 인스타 스크롤만 슉슉슉 하다가, '어?' 하고 뒤로 돌아갔습니다. 저게 무슨 소린가 하고요. 한국말 못 하는 카피라이터라니? 무조건 궁금해졌습니다. 다시 보니 영어 카피 전문 대행사를 알리는 문구였습니다.

아, 영어만 전문으로 쓰는 카피라이터를 저렇게도 말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오늘 하루 인스타에서 본 것 중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찾아서 본 것도 아닌 광고가요.


'외국 출신 카피라이터인가? 한국말을 못 한다면 영어만 한다는 거겠지? 그럼 영어를 얼마나 잘한다는 거야.' 같은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더 알아보기 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역시나, 해외 출신의 다양한 경력을 지닌 카피라이터 분들이었습니다.


이 카피가 제 기억에 남은 이유는 뭘까요?

'영어 카피를 무엇보다 잘 쓴다'는 그들의 강점을 곧이곧대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초특급 고능력 영어 전문 카피 프로'처럼 장점을 나열하는 메시지는 너무 많이 보이지 않으시나요. 그런 와중에 '우리 잘났어'하고 같은 목소리로 목청껏 외친들, 다른 수많은 외침에 흩어져 버리기 십상입니다. 그렇다면 앞서 말씀드린 대로 뭐라도 한 끗이 달라야겠죠. 다들 나 잘났다 하는 세상에 '나 안 잘났다'하고 말을 걸어오면 내용은 몰라도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영어 카피를 전문으로 한다 해도, 한국말을 못 하는 건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단점을 드러내는 이 카피가 광고로 훌륭히 기능하는 이유는, 영어 카피를 잘 쓴다는 본질적인 장점 하나를 강력히 살려내기 때문입니다. 다른 건 아무래도 좋으니 영어 카피 하나만 제대로 써 주세요, 하는 고객들에게 이만큼 매력적인 메시지가 있을까요.


사진 연출 기법 중에 비네팅(Vignetting)이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빛을 줄여 사진 가장자리를 어둡게 표현하는 것인데요, 그래서인지 비네팅이 적용된 사진을 보면 한 대상에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는 느낌입니다.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려서 중요한 것을 살려내는 셈입니다. 카피도 이와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신이 남겨야 하는 단 하나의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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