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만분의 일, 우리

우연과 인연 그 사이 어디쯤

by 시절화

누군가의 삶에 들어갔던

당신도 끝내 그곳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그 부재의 기억 때문에

어딘가를 서성이는 당신의 뒷모습을 나는 또 이해한다.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속 서러움이 슬그머니 기어 나온다.


그것이 당신에 대한 망설임인지,

아니면 나 자신에 대한 망설임인지 나는 알 도리가 없다.

다만 묻어 두었던 섭섭함이 불쑥 고개를 내밀며

당신에게 안부를 물을 뿐이다.

그렇게 내 앞에서 서성이는

당신을 마주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모두는 시작이 무섭다.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다.


결국 나의 끝은 '행복했습니다'가 아니라

늘 '떠나간 이별'이었으므로.


그래서 자꾸만 다음 이별을 미리 짐작하며 발을 뺀다.


나는 이 만남이

몇만 분의 일로 찾아온 기적이라 생각하는데,

당신은 다른 생각이 먼저 앞서는구나.


당신의 두려움이 나의 서운함이 되고,

나의 확신이 당신의 망설임에 부딪히는 밤.


우리는 같은 자리에 서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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