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낮보다 밤 산책을 선호한다.
수많은 이들과 마주치며 부대껴야 하는 낮의 길보다는,
고요하고 때로는 허탈하기까지 한 밤길이
내게는 더 큰 위로가 되어서다.
낮에는 그저 평범하게 지나치던 길도, 밤의 가로등 아래 서면 괜히 마음이 센치해진다.
낮엔 보이지 않던 빨간 대문의 색감이나, 어둠 속에 윤곽을 드러내는 매화꽃,
이제 막 봉우리를 맺은 목련의 흰빛 같은 것들이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한 걸음씩 속도를 늦추며 밤의 고요를 즐기다 보면,
낮 내내 쏟아지던 걱정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한다.
물론, 그 걱정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저 무질서하게 엉켜있던 것들이 차례대로 줄을 맞춰 정렬될 뿐이다.
그렇게 나는 또 나와 남의 선상을 조용히 비교하며 밤길을 걷는다.
비교하고 나면 여전히 조금은 씁쓸하지만, 이상하게도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한결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