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나무들이 가득한 숲에 든다.
숲에는 하나의 나무만 있지 못한다.
서로 다른 나무의 가지들이 제각각의 모양으로 얽히고설켜 하늘의 빈틈을 메우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우리네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 하나 온전히 제자리를 지키며 홀로 서 있는 법은 없다.
자라다 보면 어느새 다른 나무의 곁을 건드리고,
어느새 제 잎과 상대의 가지가 뒤섞여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그늘을 만든다.
저 얽힘이 원해서 인지, 어쩌다 생긴 건 진 알 수 없다.
마치 수많은 사람들과 가득히 얽히며 흘러가는 일생같다.
서로를 향해 조심스레 뻗어보지만, 결국 바람이 불면 서로를 할퀴고 다시 안아주는 일의 반복이다.
나의 손길이 도움이었더라도 당신에겐 상처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난 할퀴려고 한 건 아닌데 말이다.
그렇게 엉킨 채로 굳어버린 자국들이 나무의 나이테가 되어간다.
어쩌면 관계란, 서로의 생을 침범하며 함께 휘어지고 함께 버텨내는 지독한 겹침인지도 모른다.
나의 가지가 닿아있는 저 사람들에게 나는 과연 따뜻한 그늘이었을까, 아니면 무거운 짐이었을까.
지독한 고민 끝에 내가 닿은 곳은 결국 곁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나를 할퀴고 지나간 자리보다, 기꺼이 내 곁을 지켜준 따뜻한 그늘들에게 더 많은 마음을 건네기로 한다.
그렇게 얽힌 채로 굳어가고 부서지고 생을 다하는 순간도 오겠지.
내 곁의 다정한 이들에게 더 아낌없이 말해주어야겠다.
얽히고설킨 가지들 사이로 비치는 볕이 이젠 눈에 보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