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녀 난자동결
난포자극 주사를 맞은 지 일주일이 되었다.
별거 없네 했던 주사는 하루에 3방씩 맞으니까 배에 조금씩 멍든 자국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제 뭐 거의 간호사처럼 약병에서 주사기로 약 뽑아서 주사 놓는 거는 익숙해졌다. 피가 많이 나오거나 주사 놓는 게 많이 아프지는 않아서 다행히 잘하고 있는 것 같다. 나같이 피 보면 기겁하는 사람도 잘하고 있으니 겁내지 마시길.
주사 맞은 지 5~6일 되던 지난 화요일은 몸이 너무 힘들었다. 뭔가 호르몬 과다 투여 때문인지 아침에 출근길에 만원 9호선 급행열차를 타고 힘겹게 출근하고 났더니 회사 갔는데 눈물이 막 났다. 몸도 무겁고 힘이 없는데 출근길도 험난하고 아침에 혼자 주사 세 방 맞고 이렇게 출근하는 내가 너무 서러웠달까.
난포 생성되면서 분비물이 많아져서 혹시 조기 배란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막 이러다가 돈 날리고 냉동도 못하는 건 아닌지 오만 걱정을 다하면서 질질 짰다. 몸도 안 좋으니 정말이지 너무 걱정이 돼서 병원에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원래 난포가 커갈수록 배란 점액이 나온단다. 목요일 예약이니 너무 걱정 말고 정 불안하면 당일 접수하고 진료 보러 오란다. 병원에 갈 때마다 돈이 엄청 나오니 알겠다고 하고 예약된 목요일 진료를 봤다.
지난번 진료 때 토요일 정도 (이때가 딱 10일 되던 때다) 채취로 예상하라고 해서 오늘 마지막 진료인 줄 알았는데 막상 초음파를 보니 난포 사이즈가 아직 더 커야 한단다. 토요일이라 휴가 안내도 돼서 다행이다 했더니만 날짜가 월요일로 미뤄졌다. 토요일 진료를 보고 나서 그것도 결정되는 거다.. 월요일 시술이면 같이 올 사람이 있나 그게 젤 걱정됐다.
미혼이라 같이 갈 사람이 없어 서럽다. 진료는 혼자 보러 다니더라도 시술 날은 수면마취에, 하고 난 후 몸도 많이 안 좋다고 해서 동생이 시술하는 날은 같이 가주기로 했었다. 근데 동생이 이직한지 얼마 안되서 월요일 당일 휴가 내기는 어려울 것 같단다. 아빠도 이번 달 엄마 기일과 시골 가는 걸로 회사에 휴가를 내놔서 더 휴가 내기가 어렵단다.
엄마가 오랫동안 병상 생활하면서 회사에 휴가도 자주 내고 그랬었는데 그때마다 눈치를 봤었다. 근데 엄마 돌아가시고 나서 깨달았다. 그렇게 눈치 볼 필요가 없었다는 걸. 엄마는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고 돌아가시고 나면 못 보지만 회사는 이런 거 가지고 뭐라고 하면 그냥 다른 회사 알아보면 된다는 것을. 그렇게 눈치 보고 엄마 마음 불안하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는 걸. 혼자 외로웠을 엄마 마음을 최대한 안정시켜주고 같이 옆에 있어줬어야 했다는 걸.
나는 깨달았는데 동생이랑 아빠는 아직 아닌가 보다. 엄마가 있었으면 엄마는 당연히 같이 가줬을 텐데. 엄마가 마지막에 얼마나 혼자 외롭고 두려웠을지 생각하니 또 먹먹하다. 왜 그때는 그걸 몰랐을까... 엄마 옆에서 힘이 되어주지 못한 게 후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