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없는 삶?

by 평온 바라기

자의는 아니지만 우리는 이 지구상에 인간이란 존재로 태어났다. 내 경우에는 20세기 중엽에 한국인 남자로 태어났으며, 함경도 출신 중산층 부모 아래 서울에서 성장했다. 인간, 황인종, 한국인, 남자, 서울 출생, 기독교 등이 나의 대표적 생물학적, 문화적 배경이다. 이런 형질적, 사회문화적 배경은 나를 포함한 모든 이의 사물 인식에 영향을 주며 편견 혹은 주관적 견해의 원인이 된다.


사람은 먼저 인간의 편견으로 사물을 본다. 과학의 한 분야인 생물학에서 아무리 인간을 영장목의 동물로 규정하고, 인간이 가장 생물학적으로 가깝다는 침팬지와 98%의 유전자를 공유한다고 해도, 많은 사람이 침팬지를 포함한 다른 생물을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저열한 존재로 인식한다. 이런 인식의 결과 중 하나는 인간만이 영혼이 있다는 여러 종교의 주장이다. 중세까지 천문학의 주류 이론이었던 천동설도 상당 부분이 인간 중심 사고에서 유래한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속한 무리의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이 또한 편견의 주요인이다. 인종, 민족, 성별, 지역, 종교, 성적 지향 등에 따른 온갖 차별은 모두 자신의 무리가 지닌 속성과 다른 무리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다. 아프리카 흑인의 노예화, 보스니아와 캄보디아에 있었던 인종청소, 나치의 유대인 학살, 중화사상, 한국의 지역감정, 인도와 파키스탄 간 종교 분쟁, 호모포비아 등은 모두 이런 편견의 산물이다.


사람은 무리 차원만이 아니라 개인 수준에서도 다르다. 타고난 신체적 특성에서도, 기질이라고 불리는 성격적 특징에서도, 인지적 능력과 특질에서도 다르다. 유전적 특성만이 아니라 출생 후의 경험도 달라서 타고난 특성과 과거 경험이 합쳐진 인지적, 정서적 산물이 우리의 잠재의식이나 업식에 남아 새로운 대상을 인식하고 경험할 때 큰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사람은 같은 일을 겪어도 다소간 다른 경험을 하게 되고 같은 사물을 보아도 다르게 보게 된다. 개인적 편견은 이러한 방식으로 나타난다.


나는 주위에서 가족, 친구, 가까운 지인을 편애적 시각으로 보고 판단하는 사례를 자주 경험하곤 한다. 정치적으로 김현철 사건, 조국 사태, 이상득 사건 등이 이 이유로 일어났고, 최근 일어난 계엄 시도 역시 부분적으로는 최고 위정자의 배우자에 대한 편애적 시선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기업, 교육기관에서 흔히 관찰되는 차별 인사, 정실인사, 편중 인사 역시 큰 의미의 편견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인간의 가장 중요한 능력 하나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자질이라고 생각한다. 객관적 시각으로 편견 없이 보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대상은 우주의 한 점에서 찰나적 삶을 살다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는 자기 자신이리라. 인간에 공통되는 이 조건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지닌 능력, 성향, 장점, 약점 역시 객관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편견이 전혀 없는 삶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어쩌면 편견 속에 사는 것이 나를 포함한 모든 인간의 또 다른 조건일지 모른다. 부처가 우리의 괴로움을 없애는 기본전제는 정견, 즉 사물을 올바로, 여실히 보는 거라고 한 말씀이 다시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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