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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봉 May 18. 2022

공부 민낯

확산되는 온라인의 일상화 속 교육의 모습

“학교는 언제 갈 수 있어요?”

오늘도 정원이가 묻는다. 아이도 자신이 이렇게 학교를 좋아하는지 몰랐었다. 친구와 함께 급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운동장에서 함께 공을 차고, 달리기를 하던 그 일상을 그리워한다. 아이도 부모도 힘든 온라인 개학이다. 등교 개학을 기다리는 것은 부모인 나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등교 수업이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었고, 그때 나는 아이가 학교에 가면 당연히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공부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자 나를 포함한 부모들은 아이의 공부 민낯을 보게 되었다. TV에서 나오는 ‘자기 주도 학습’을 하길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해가 중천에 있을 때 겨우 일어나서 밥 먹고, 스마트폰만 하루 종일 만지작거리는 아이를 보면 속이 터진다. 아이는 물론 나도 생활 리듬이 무너지고 살이 찌고, 신체와 마음의 면역력도 약해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의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작은 모니터 앞에서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면 부모인 나의 마음이 심란하다. 아이가 안쓰럽다가도 깨진 생활 리듬과 무너진 공부 습관을 보면서 잔소리만 늘어간다. 아이들의 학습 공백이 심각하다는 뉴스 보도를 보면서, 혹시 우리 아이의 이야기는 아닐까 걱정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로 나를 찾는 곳이 더 많아졌다. 


나는 교육현장에서 학습자들을 만난다. 언택트 상황이 되자 교수자들은 가르치기 위해 배워야 했다. 교육현장에서 학습자들과 오프라인 강의가 어려워지자 줌, 카카오톡 라이브톡, 네이버 밴드, 시스코 웹엑스, 구글 미트, 유튜브 라이브 등 새로운 대안 플랫폼을 찾느라 바빴다. 나는 코로나19 이전에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가로 활동하며 강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19로 더욱더 바빠졌다. 초등학교 · 중학교의 교사, 대학의 교수, 강사들에게 비대면 학습에 필요한 동영상을 제작하는 법 등 온라인 수업을 위한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 전국을 다녔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와 공공기관, 학습관 등이 시민들에게 문을 닫은 상태에서도 교직원들은 그 안에서 열심히 배웠다. 나를 만나는 교사와 강사들은 처음에 시작할 때는 두려운 마음이 컸지만 열심히 배워서 미디어 기기를 다루는 기술에 익숙해졌다. 그런데 비대면 학습을 위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수업 내용을 구조화하여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데 온라인 수업을 하다 보면 내용을 전달하는 일방적인 강의가 되기 쉬워 학습자들이 지루해지기 쉽다. 그래서 언택트 시대에 교수자와 학습자와의 만남,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다.


코로나19 상황 동안 1인 가치를 가장 많이 끌어올린 사람이 ‘나’라고 지인들은 말한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떠오른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인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 ‘덜컥 시작된 온라인 수업을 보며 우리의 모습은 어떠했나?’, ‘과연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생각하게 되었다.


언택트 시대,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새로운 학습의 시대 더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난해 교육현장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마주한 온라인 수업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그냥 온라인 수업 환경에 놓였다. 어쩔 수 없이 시작된 온라인 수업은 앞으로 오프라인 수업과 함께 블렌디드 러닝, 플립러닝, 하이브리드 러닝 등 형태로 교육의 또 다른 중요한 축으로서 자리매김을 할 것이다. 물론 온라인 수업의 여러 문제점과 한계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제는 온라인 수업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습자들의 배움에 더 긍정적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온라인 수업을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기이다.


나는 자유학기제 강의를 하는 3년 동안에 부모들이 미디어와 미디어 리터러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운전을 할 때 장소를 모르면 내비게이션의 도움을 받으며 목적지를 찾아간다. 길만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과속 카메라의 위치도 알려줘서 미리 속도를 낮추게 준비할 시간도 준다. 


나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어떻게 교육현장에 접목시킬 수 있을지 연구해왔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온라인 수업 상황에서도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나는 교육현장에서 온라인 기반의 교육과 소통을 위한 활동에 힘썼다. 학습자들과는 온라인 미팅을 통해 대화와 강의를 했고, 온라인 수업을 걱정하는 동료 교수자들에게는 노하우를 전했다. 아울러 지금은 온라인 수업을 하는 동안에 학습자들이 겪는 학습권 침해와 학습 격차 문제 등을 연구 중이다.


나는 내일의 교육을 준비한다.

교육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이 시기, 학습자들을 어떻게 가르칠까? 

교수자는 어떻게 배워야 할까? 

학습자를 어떻게 수업에 참여시킬 수 있을까? 교수자나 학습자의 질문이 늘어갈 수밖에 없다. 


랜선을 통해 지식을 가르치고 배우고, 배움을 넘어 실천까지 연결되는 온라인 학습의 지혜를 나눈다. 


포멀 러닝(Formal Learning)과 인포멀 러닝(Informal Learning)을 적절히 균형 있게 ‘하이브리드’하는 것이 우리 미래 교육의 모습이 되지 않을까? 나는 ‘하이브리드’ 하면 자동차가 먼저 떠오른다. ‘하이브리드(Hybrid)의 의미는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요소인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합친 시대적 기술발전을 뜻한다.


온라인인지, 아닌지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본질이다. 

무조건 실시간 수업만을 고집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단순히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는 것만으로는 학습자의 집중력을 올리거나 배움의 효율을 높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쌍방향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학습자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학습자 스스로 의미 있는 배움으로 이어가게 할 수 있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데 있다. 나의 이러한 고민들이 온라인 수업의 정답을 제시해 줄 수는 없지만 새롭게 온라인 수업에 도전하는 교육현장의 시행착오를 줄이는데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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