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메시지란 무엇인가

by 나사

음악이 의미를 획득하려면 필연적으로 청중의 소비가 있어야 한다. 이때의 소비는 음악에 대한 해석과 참여다. 이는 아티스트와 청자가 ‘같은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아티스트가 의도한 메시지가 청자에게 어떻게 해석되었든, 이들 간의 혼합이 일어나고 노래는 완전하게 실현된다. 이러한 과정에 대해 스튜어트 홀은 이러한 과정을 ‘절합’이라고 표현했다. 즉, 원래 함께 속하지 않았던 요소들이 새로운 맥락 속에서 연결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노래는 단순히 귀에 맴도는 멜로디로 소비되지만, 어떤 노래는 사람들의 삶과 가치관을 흔들며 사회적 영향을 끼친다. 찬송가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신에 대한 찬미와 신앙의 고백으로 작동하는 것, 그리고 영국의 전설적 록밴드 비틀스의 음악이 단순한 청각적 즐거움을 넘어 전쟁 반대와 평화라는 시대적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이 그 예다. 이처럼 메시지는 발화자인 아티스트에 의해 구성되고, 청자에 의해 새롭게 해석되며 의미를 증폭시킨다.


음악은 소리를 매개로 하고, 언제나 그 소리에는 의미가 깃들어 있었다. 고대 샤머니즘 사회에서의 제의 음악은 단순한 연주가 아니라 공동체를 하나로 묶고 인간과 신의 소통을 가능케 하는 의례적 언어였다. 각 문화권에서 수천 년 동안 축적된 음악의 전통은, 소리와 메시지가 결합하여 영혼을 위로하고 고양하는 경험을 만들어냈다. 다시 말해 음악의 본령은 단순한 ‘청각적 자극’이 아니라 ‘심금을 울리는 것’, 즉 인간의 정서와 세계 인식에 직접적으로 다가가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메시지성은 단지 현대 음악의 부가 요소가 아니라 음악이 가진 본질적 속성을 재발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케이팝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나


케이팝이 다른 국가의 대중음악보다 메시지성에서 부각되는 이유는 그 농도의 차이다. 2010년대 이후의 케이팝은 그 어떤 장르보다도 직접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2011년 2NE1이 부른 “내가 제일 잘 나가”라는 자기 존중적 메시지는 2019년 ITZY의 “난 뭔가 달라, 달라”가 이어받았고, 2023년에는 화사의 “I love my body, that’s my body”로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난다. BTS는 2018년 발매한 앨범 << Answer : Love Myself>>에서 인간이 갖는 내면적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인류의 오랜 철학을 끌어낸다. 즉, 케이팝은 대중음악의 오락적 기능에만 치중하지 않고, ‘노래로 무엇을 전달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어 왔다.


즉, 케이팝 메시지의 특징은 세대의 감각과 고민을 집약한 담론의 장으로 작동한다는 데 있다. 지난 20여 년간 케이팝은 음악을 통해 개개인에게는 위로를, 공동체에는 연대를, 그리고 사회 전반에는 성찰의 계기를 제공함으로써 케이팝 메시지성이 갖는 힘을 전 세계적으로 각인시켰다. 이에 대해 야마모토 조호는 <<K-팝 현대사>>에서 “앞날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는 케이팝이 역사적으로 계속해서 형성해 온 이 순수하고 솔직한 메시지성이 가슴 깊이 와닿는다”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BTS는 데뷔 초기부터 청소년기와 청년 세대가 겪는 좌절, 불안, 사회적 압박 같은 구체적 현실을 가사로 끌어올렸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을 동시대 청년들의 목소리와 직결시켰다. BTS의 노래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세련된 사운드에만 의존하지 않고, 매 곡마다 특정한 서사와 문제의식을 제시하며 팬들과 공명해 왔다.


이들은 직접 곡 제작에 참여하고 개인적 이야기를 가사에 녹여냄으로써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음악 전문 기자 제프 벤자민Jeff Benjamin은 BTS의 음악에 대해 “데뷔 앨범 '2 Cool 4 Skool'에서 괴롭힘과 힘든 학교 생활을, 이후 정신 건강, 정치, 젊은 세대의 어려움과 같은 주제까지 BTS는 끊임없이 가슴 아픈 메시지를 전달한다”라고 설명한다. 야마모토 조호 역시 “BTS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노랫말이나 평소의 말투, 무대 위 멘트 등 다양한 방식”이라며 “이를 접한 젊은이들은 종교, 국가, 민족의 경계를 넘어 공감하고 있다”라고 강조한다.


빅히트라는 변방의 중소기획사에서 태어난 이들은 당시 SM이나 JYP 등 문화 산업의 주류 시스템에 편승조차 할 수 없는, 그들 스스로도 인정하는 ‘뱁새’였다. 대신 이들은 곡을 써내리면서 문화산업이라는 체제가 아닌 인간적 진정성을 전달했다. BTS의 많은 팬들은 무엇보다 이들의 음악이 동시대의 자신들, 나아가 국적과 세대를 초월한 메시지가 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낸다. 그것은 인간 실존의 고독과 불안 등 근원적 감정을 품어 내는 것이다.


실제로 BTS의 음악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행동을 촉발하는 동력이 되었다. <Not Today>나 <MIC Drop>과 같은 곡은 기성세대나 권력, 불의, 반대 세력 등에 대한 저항적 의지를 표현한다. <봄날Spring Day>는 세월호 참사와 연관 지어 해석되며 사회적 비극과 집단적 상실의 기억을 환기시킨다. 팬덤은 이러한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사회운동적 실천으로 확장하기도 했다.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 기부 캠페인, 사회적 이슈에 대한 목소리 내기는 모두 음악이 던진 메시지에서 비롯된 연대의 표현이었다.


소셜 미디어에는 BTS의 음악적 메시지에 대한 간증이 넘쳐난다. 특히 BTS가 <<Love Yourself>> 앨범을 선보이고 UN 연설을 하던 2018년은 이들의 메시지에 대한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시기다. X(트위터)에서 #BTSisNotYourAverageBoyBand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BTS의 음악을 통해 구원받은 팬들을 찾아볼 수 있다. 우울증에 걸린 고등학생부터 삶의 갈피를 잃은 전문직 종사자, 희귀병에 걸린 환자까지. 이들은 BTS의 음악을 통해 삶을 다시 보고 희망을 찾았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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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야마모토 조호(2025), K-팝 현대사, 마르코폴로


Benjamin, J. (2019, April 3). How BTS gathered over half a million fans for digital record project ARMYPEDIA. Forbes. https://www.forbes.com/sites/jeffbenjamin/2019/04/03/bts-armypedia-interview-big-hit-entertainment-half-a-million-ar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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