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의 메시지를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단어는 ‘연대’다. BTS와 팬덤 ARMY, 나아가 인류를 느슨하게 묶는 연대 의식이 BTS 음악에 녹아있다고 한다. BTS가 직접적으로 사랑과 희망을 노래하는 것도 있지만, ‘연대=BTS 음악’이라는 공식이 생긴 배경에는 의외의 언어적 요소가 있다. 한국어에서 아주 흔하게 쓰이는 주격대명사 ‘우리(We)’다. BTS의 정규 앨범에 실린 한국어곡을 전수 수집한 뒤 형태소 단위로 분석한 결과, 가장 중요도가 높은 단어는 우리였다. 한국어에서 ‘우리’는 영어의 'we' 또는 'us'와는 다소 다른 의미론적 작동을 한다. 예를 들어, “우리 엄마”, “우리 집”, “우리 회사”처럼 개인의 소유나 관계를 표현할 때조차도 ‘우리’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사용된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공동체 중심의 사고방식, 즉 관계 지향성이 언어에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반면, 영어에서 ‘우리We’는 일종의 이데올로기적이고 수사적인 글쓰기 방식으로, 특정한 그룹의 유대감을 드러낼 때 사용한다.(니거스, 2012) 다시 말해, BTS가 ‘우리’라는 단어를 의식적으로 사용했든, 무의식적으로 사용했든, 이것이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로 번역되면서 글로벌 팬덤은 이 단어의 이면에 담긴 유대감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단순한 대명사라기보다는 언어의 국경을 초월한 소속감과 관계성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출처: 김경림.(2025). 텍스트 네트워크로 분석한 BTS 음악과 실존주의 서사: 팬덤의 트랜스미디어 참여와 철학의 기호화. 고려대학교 석사 학위 논문>
BTS 정규 앨범에 실린 전곡을 분석한 결과, ‘우리’는 가사들이 이루는 단어망의 가장 중심부에 위치하며 주요 단어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우리’는 비단 BTS나 멤버들의 이름뿐 아니라, ‘사랑’과 ‘사람’과도 아주 긴밀히 연결된 점이 확인된다. ‘사람’과 ‘사랑’은 같은 그룹으로 묶이는데, 이는 이 두 단어가 단지 빈번하게 등장하는 키워드일 뿐만 아니라, ‘우리’라는 중심어와 함께 감정적•윤리적 관계망의 축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리하자면, 한국식 집단주의의 언어적 특질인 이 주격대명사는 오히려 ‘나(I)’ 중심의 서구 문화권에서 동류의식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기쁨도 슬픔도, 어떠한 고민도 즐거움도 내가 아닌 ‘우리’가 하면 함께하는 것이 된다. BTS는 데뷔 이후 마지막 정규 앨범인 <<BE>>까지 ‘우리’라는 반복적으로 활용하며 세계인을 한 데 묶을 수 있었다.
아울러 BTS의 가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우리’라는 표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의미가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데뷔 초반, 첫 앨범에서 ‘우리’는 주로 관습적인 한국어의 주격 대명사로 쓰이며, 그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이후 발표된 아홉 개의 앨범 가운데 다섯 개 앨범에서 ‘우리’는 가장 핵심적인 단어로 자리매김한다. 이는 단순한 언어적 빈도가 아니라, 그룹이 구축해가는 정체성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초기에는 멤버들 개개인을 가리키거나, 내부의 결속을 가리키는 수준에 머물렀던 ‘우리’는, 활동이 이어지면서 점차 외부로 확장된다. BTS가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한 이후, ‘우리’는 단순히 멤버들 사이의 집단적 자아를 의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팬덤 ARMY와의 공동체를 지칭하는 언어로 자리 잡았다. 더 나아가, 노래 속에서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우리’는 BTS와 팬덤의 경계를 넘어, 음악을 듣는 청자 전체, 심지어 인류 보편의 정서까지 포괄하는 열린 개념으로 확장된다.
즉, 데뷔 초반에는 ‘우리’가 가볍게 쓰이는 주격 대명사로 기능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것은 하나의 서사적 장치로 성장하며, BTS가 스스로를 세계와 연결하는 매개가 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언어 사용의 차원이 아니라, BTS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집단적 차원에서 보편적 차원으로 넓혀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즉, BTS의 곡은 월드 스타라는 사회적 위치와 각각의 개인 사이를 오가는 실존적•심리적 여정을 담고 있으며, 꾸준히 ‘아(我)’에 대해 성찰한다. 처음에는 BTS라는 그룹, 또 개별 멤버에게 집중했던 고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계적 정체성으로 이어지며 집합적 주체로 확장되는 경향을 보인다. 아티스트 개인적 고뇌와 정체성의 탐색은 단지 내면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팬덤인 ARMY, 나아가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공동체적 정서로 진화한다.
<참고 문헌>
김경림. (2025). 텍스트 네트워크로 분석한 BTS 음악과 실존주의 서사: 팬덤의 트랜스미디어 참여와 철학의 기호화. 고려대학교 석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