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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사 Dec 18. 2019

꼰대는 남북 분단의 파생물

꼰대의 탄생에 대해 생각해보면 결국 조국의 분단 현실이!! 문제다.


갑자기 뭔 멍멍이 소리냐. 완전 멍멍이 소리는 아니다. 결국 꼰대라는 게 군대 문화의 전형적인 양상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남북 분단으로 남성 대부분이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징병제가 문제인 셈이다.


군대는 상명하복이 곧 진리다. 상사의 말이 틀렸든 맞았든, 지혜롭든 멍청하든 그냥 그게 하늘이고 법이다. 여기에 반발하면 바로 하극상이라고 지탄받는다. 합리적인 대화를 기대할 수 없다. 늦게 들어온 것이 죄다.


그런 군대가 의무이다 보니 두뇌 말랑말랑한 20대 초반의 남성들은 너무나 젊을 때부터 이런 문화에 익숙해진다. 많은 군필자들이 군대를 다신 가기 싫어하고, 또 다녀와서는 '바보가 된 기분이다'라고 설움을 토로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군대 문화의 불합리함을 알면서도 그게 몸에 체득된다. 그런 이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수년이 지나면 그게 당연하게 된다. 또 앞선 세대들도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계속해서 문화가 재생산된다.


언론사와 군대는 닮은 점이 많다. 많은 언론사들은 아직도 다나까체를 고수한다. 선배 말이  법이고 '짬밥'  능력치다. 무능력해도 짬밥만 차면 그것이  그의 능력치로 인정받는다. 개인의 역량과 자기 계발, 실력과 관계없이 짬이  힘이다. 사수-부사수를 고수하며 도제식으로 교육을 받는 것도 그렇다. 대부분의 좋은 사수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하나하나 전수해주려고 하지만, 어떤 경우는 '네가 알아서 보고 배워라'라는 식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겪은 바로는 후자가  많긴 하다 사실. 그래도 세상은 밝다고 믿으며 대부분이 좋은 사수라고 일단 써본다.


언론사는 꼰대 문화의 극에 있다. 우리와 유사한 문화를 가진 업권으로는 공무원, 공사, 공기업 등을 비롯해 금융권, 중후장대(重厚長大) 업종, 즉 조선이나 철강, 건설업, 자동차 이런 쪽이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보면 첫째, 이들 업종은 역사가 길다. 근대 이후 우리나라 산업 발달을 생각해보면 그렇다. 특히 증후장대 업종은 60-70년대 국가 주도 경제 발전 시기부터 시작됐다. 이들 산업의 발전 방식 자체가 상명하달이다. 국가는 이런 이런 산업을 키워보자고 민간 기업에 지시했고, 기업은 그에 맞게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제3,4차 경제 개발 계획으로 중화학 공업이 국가 주도로 이뤄졌다. 1960년대까지 제조업의 79%가 소비재였으나 1970년대에는 중화학 공업이 44%에 이르게 된다. 얼마나 정부에서 찍어 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정부는 1967년부터 기계, 조선, 전자공업진흥법과 석유화학, 철강공업 육성법, 마지막으로 비철금속제철공업사업법 등을 제정해 이들 산업과 기업체들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그룹의 조선소 건설 비화다. 고(故) 정주영 회장이 조선업을 할만한 기술도 자금도 없이 무작정 미국과 영국의 투자은행 문을 두드려 결국 투자 유치에 성공한 일화다.


70년대 초,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주영 회장을 불러 조선업을 시작할 것을 강권했다. (그것도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한테 한번 까이고 나서라고 한다.) 포항제철소가 완성되는데 그 많은 철강이 소비될 산업으로 조선업이 제격이기 때문이었다. 조선업을 할만한 돈도, 기술도 없었다. 정주영 회장은 대통령의 명을 받고 조선 사업을 시작하고자 영국의 선박회사를 찾았다. 사업계획서와 추천서를 써주길 부탁했으나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추천서만큼은 써주기 어려운 조건이란 게 이유였다.


여기에 그는 당시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 보이며 '여기 있는 거북선이 보이냐. 철갑선인데 너희 나라보다 300년이나 먼저 만들었다. 우리에게는 이런 저력이 숨어있다'라고 담판을 짓고 추천서를 받는 데에 성공했다. 이 자금이 현재의 세계적인 조선사 현대중공업의 바탕이 됐다.


한국 조선업이 시작된 감동 스토리인데, 그 뒤에는 상명하복의 꼰대 갑질이 깔려있다. 박 전 대통령이 군인 출신이고 그때는 그런 문화였으니 이게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덕분에 경제가 발전한 것도 사실이고.


이런 식으로 중후장대 업종의 업력만 50년 정도 되는 셈이다. 업이 50년이 넘어가니 업자체가 꼰대가 되어버린다.


현대 국가 설립 이후에 생겨난 언론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언론은 현재 '메이저'라고 불리는 소수 매체의 과점이었다. 언론이 제4 정부라는 말이 있듯 이들의 권력도 엄청났다. 필자의 친척 중엔 50년대에서 80년대까지 메이저 언론에서 기자로 일하고 해당 회사 퇴직 후에는 작은 방송국 사장을 하셨던 분이 있다. 그분 경험담을 들어보면 현재의 기자들은 기레기로 불리기에 너무나 신사적이다. 사장실을 발로 뻥 차고 들어가서 담배 피워대며 협박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시엔 자신의 취재 담당 구역(출입처라고 불린다)에서 담합을 하고 기삿거리를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일도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기레기가 아니다. 비난받을 것도 아니다. 그냥 당시 기자들의 일반적인 행태였다. 그렇지만 지금 기준으로 말하자면 안하무인이다. 그게 사수-부사수 체계와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석화(石化)되다 보니 아직도 정신 못 차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조직에서는 그런 걸 보고 참기자라고 칭찬하기도 한다.


어쩌다 보니 이 글도 제목으로 낚는 기레기 글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주 틀린 얘긴 아니지 않은가. 남북 분단으로 우리나라가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고, 군대에서 경직된 상명하복의 문화가 생산된다. 그리고 그들이 사회로 나와 다시 직장에서, 또 가정에서 군대에서 체득한 문화를 재생산한다. 그래서 군필자들이 꼰대에 더 잘 대처하기도 한다. 불합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악물고 '저런 인간 한두 명이냐'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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