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364일은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실행은 아니다. 많이 의식하거나 조금 의식하거나.
갈수록 기준은 타이트해진다.
키에서 100을 빼고 거기에 0.9를 곱한 몸무게가 적정 몸무게라고 꾸준히 믿어왔단 말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비만'이라고 까지는 하지 않지만 관리가 필요한 단계라고 인식하는 거다. BMI지수까지 따박따박 따져도 분명 표준 몸무게일 텐데 왜 다들 살을 뺀다고 난리인가. 옷을 입었을 때 예쁜 미용 몸무게란 건 도대체 누가 처음 시작한 걸까. 관대하게 키에서 100cm를 뺀 숫자를 표준이라고 하면 다 같이 얼마나 행복하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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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관적이고 관대한 적정 몸무게까지 훌쩍 넘어서자 자꾸만 무릎이 아팠고 툭하면 발목을 접질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릎 X레이를 찍었는데 의사는 몸무게를 줄여야 한다고 했다. 상체에 비해 하체가 빈약한 데다 다리에 근육이 전혀 없어 자기 몸무게를 버티지 못하는 거랬다.
충격이었다.
분명 아이를 낳았는데 딱 아이 몸무게와 아주 소량의 양수만큼의 무게만 줄었을 때도 물론 적잖이 쇼킹하긴 했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 기간의 정상범주에 속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전에 비해 딱히 많이 먹지도 않았는데 말로만 듣던 나잇살이 찌기 시작했고 급속도로 불었다. 그때부터 버릇처럼 살 빼겠다고 말하기 시작했지만 인생에서 먹는 즐거움이 얼마나 크냐며 식단까지 조절하며 반드시 살을 빼고 말겠다고 결심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유명한 정형외과라고 찾아온 이곳의 의사 입에서 나온 말이 체중을 줄이라는 거였다.
그때 시도했던 반짝 다이어트의 흔적은 지금 당신의 몸에서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민대리 이야기에 지방흡입술을 검색해 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겁이 났다. 외모지상주의를 원망해 봤다가 스스로의 모습에 자긍심을 가지지 못하는 나약한 멘털을 탓하는 것으로 넘어가고 만다.
먹는 양이 엄청 는 것도 아니다. 아침은 거의 먹지 않으며 중간중간 끊기긴 하지만 점심시간에도 집에서 가지고 온 고구마나 샐러드로 간단히 먹는 날도 많다. 저녁에 많이 먹는 날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폭식이라고 하면 억울할 양이다. 매 끼니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정해 천천히 포만감이 들 때까지 먹는다면 뭐 이렇게 살이 쪄도 할 말이 없겠다 하겠지만 내가 먹은 식사들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 봐도 오롯이 나를 위한 한 끼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알고 있다. 맛은 있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고 살은 찌는 메뉴들을 즐긴다는 것을. 배가 부른 것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으며 배가 고프지 않으면서 입이 궁금하다며 먹을 것을 찾고 있다는 것을. 맥주 한잔만 마신다 해놓고 안주를 끊임없이 먹는 밤이 너무 많다는 것을. 40대에 운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로는 떠들지만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시도하지 않으며 걷는 것조차 게을리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pixabat 그래도 억울하다.
하루 종일 당신은 얼마나 분주히 움직이는가. 그것들은 왜 노동에 그치고 운동이 될 수 없는 걸까. 노동도 운동이 된다면 당신은 정말 매일매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집안일로 생각이 미치자 마음이 갑갑해진다.
몸과 마음을 쉬게 하는 공간이어야 할 그곳이 언제부터 당신에게 온갖 과제로 가득 차 있는데도 계속해서 할 일을 구겨 넣고 또 쑤셔 넣는 창고처럼 느껴진다. 정리를 해야지 하는 다짐만 끝없이 하고 있지만 시작과 동시에 사지 말라는데 굳이 부피 큰 물건을 산 남편이 밉고 여기 두지 말라는데 꼭 현관 앞에 물건을 두는 아이들을 혼내고 있다.
분명 퇴근하고 돌아와 집에서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하는데 왜 집안은 늘 정리되지 않은 모습인가. 남 탓을 하는 순간에도 나 자신이 원인이라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다. 물건마다 제 자리를 만들어주지 않아 놓고 제자리에 두라고 하지 않았는가.
늘 실패하는 다이어트도 정리가 되지 않는 집안도 사실 내가 주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자꾸만 모른 척하고 싶다.